[이상한 가족]1인가구 `귀차니즘·헤픈 씀씀이` 잡는 구독경제

이정훈 기자I 2019.05.02 06:15:00

면도날·생리대·양말·셔츠 정기배송…독신 직장인 겨냥
"매번 안사서 편리하고 가격부담도 적어서 일거양득"
OTT는 1인가구의 동반자…밑반찬·술·자동차 구독까지
"1인가구 증가에 구독경제 영역 상상못할 정도로 확대"

“현대셀렉션”은 월정액으로 현대차 3종을 바꿔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이다.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이데일리가 연속 기획으로 게재합니다. 혈연가족이 아니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이상한 가족’ 기획시리즈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얼마전 부모님으로부터 분가해 직장 근처에서 살고 있는 홍성재(가명·29)씨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우연히 본 면도날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 달 8900원이면 독일산 면도날 4개씩을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홍씨는 “슈퍼에 갈 때마다 `새 면도날을 사야지` 하다가도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면도날을 구독하니 편하다”면서 “특히 해외 브랜드 면도기는 4개에 2만원 가까운 가격이 너무 부담이었는데 구독제품은 가성비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정기간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보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일상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구독경제 규모가 지난 2016년 약 470조원에서 2020년 6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정기배송이나 정액제 멤버십으로 제공되는 구독경제 상품과 서비스만 수백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1인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구독경제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홍씨가 이용하는 면도날은 물론이고 와이셔츠나 양말, 생리대 등 매번 사야하거나 세탁하는데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귀차니즘` 제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한 달 9900원에 양말 3켤레씩, 한달 5만~7만원에 와이셔츠 살균세탁과 다림질, 매달 6000~7000원대에 유기농 생리대 16패드 이런 식이다.

생리대를 구독한다는 직장인 최미영(가명·32세)씨는 “바쁜 일과중이나 외출하기 귀찮은 휴일에 마트나 편의점을 찾지 않고도 괜찮은 제품을 정기 구독할 수 있는데다 배달되는 상자에도 생리대라고 쓰여 있지 않아 일할 시간에 아파트 경비실에서 택배를 맡아도 민망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편리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20~30대 1인가구가 구독경제 성장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정기배송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끼니 때마다 만들기도 번거롭고 많이 만들면 음식쓰레기만 되는 밑반찬을 매번 다르게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반찬마켓서비스도 인기다. 아기 키우기 힘든 육아맘들을 겨냥해 한 온라인쇼핑몰이 내놓은 기저귀 등 육아용품 정기배송도 큰 인기를 얻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 옷을 보내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한 달 월정액만 내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는 혼자 사는 젊은층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모바일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글로벌 OTT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8월 6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이용자를 올 3월 현재 153만명까지 늘렸다. 3년이 채 안돼 25배나 성장한 셈이다.

안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홍재(가명·22세)씨는 넷플릭스 애용자다. 김씨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적적함을 잊으려고 넷플릭스 앱부터 연다”는 김씨는 “공부하는 시간을 빼곤 밥을 먹거나 청소하면서 영화나 미드에서 눈을 떼지 않으니 혼자 사는 나에게는 친구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월 9900원에 매일 강남이나 신촌 등에 있는 술집에서 술 한잔씩 마실 수 있는 서비스나 월정액으로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고 현대차부터 수입차까지 렌털형으로 차량을 바꿔가면서 탈 수 있는 구독상품도 출시됐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데다 번거롭게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1인가구의 구독경제 이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양한 1인가구의 등장으로 구독경제의 영역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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