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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장하성 신임 주중대사가 해야할 일

김인경 기자I 2019.03.11 06:00:00

사드 여파 남은 가운데 미세먼지·북한문제까지
자신의 ''관시'' 형성할 수 있는 소통능력·시간 보장돼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이데일리 DB)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내 교민 사회에서 주중대사가 누구인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중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그들에겐 중국 내 지도부 변화나 바뀌는 제도가 더 관심사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발생한 이후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 됐고 여전히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꽌시’(關係)사회다. 꽌시는 인사 한번 하고 밥 한번 먹는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몇 년을 서로 지켜보고 관계를 이어가야 겨우 만들어진다.

“다른 건 바뀌는 게 없는데 대사는 자주 바뀌네요.” 지난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월부터 공석이던 주중대사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중국 교민의 말이다.

교민들이 봐도 대사 교체가 잦다고 느낄 정도인데, 중국의 고위급이 신뢰감을 갖고 우리 대사와 만나려 하겠는가. 게다가 한국은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 2016년 홍기택 전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부총재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을 했다. 이후 AIIB는 홍 전회장이 맡았던 리스크관리담당(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강등시켰고 결국 AIIB에서 한국의 입지는 위축됐다.

소통능력도 중요하다.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잘 쓰지 않는다. 특히 고위층일수록 그렇다. 프랑스와 같은 이유다. 서툴러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에게 호감을 느낀다. 인지상정이다. 소통을 해야 교감이 되고, 교감이 쌓여야 상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장하성 신임 주중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한국정부와 중국간 소통로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주중대사의 역할이 한중간 메신저에만 그쳐선 안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하는 등 북핵문제 해법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세먼지 문제로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던 한중관계가 다시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어느 때보다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한중 관계 속에서 신임 주중대사가 양국의 충실한 가교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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