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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몰카 합동점검 적발건수 ‘0’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 5개 관계부처는 지난 6월 불법촬영(몰카)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당시 “몰카는 문명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짓이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정부는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행안부는 우선 전국의 공중화장실 5만여곳을 상시 점검하고 특별재원 50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6월 중순 이후로 매주 행안부, 경찰청, 지자체가 함께 ‘불법촬영 카메라 합동점검반’ 을 꾸려 공중화장실을 점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적발건수는 단 한건도 없다. 점검에서 사용하는 몰카 탐지기로는 탐지가 쉽지 않은 첨단 몰카가 정부의 인증을 받고 ‘변형카메라’리는 이름아래 합법적으로 판매·유통되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백화점, 호텔, 술집 등 몰카에 취약한 다중이용시설 화장실은 민간 소유라는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빠져있다.
행안부는 지난달 백화점과 마트, 호텔, 음식점, 극장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간을 관리하는 5개 주요 협회 대표들을 모아 각 시설에 설치된 화장실에 대한 불법촬영 점검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증 받은 변형카메라의 몰카사용에 대한 방지 대책으로는 변형카메라를 제조·수입·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법무부와 경찰청 등 수사기관은 불법촬영과 유포 등 범죄행위를 신속히 수사해 피해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미진한 법도 보완해 처벌수위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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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달 동안 진행된 것은 대부분 ‘협조 요청’과 ‘추진 약속’ 뿐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몰카와의 전쟁에서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는 부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끌어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탓에 인식개선 캠페인이나 계류중인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촉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여가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는 몰카 불법유통 관계자를 엄정 처벌하고 제재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관련 대책을 담은 법안은 이미 1년 전에도 발표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지난해 9월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방지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내놓은 법안들이다. 몰카 촬영자가 영상 유포시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고, 촬영대상자의 동의없이 유포한 경우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히자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상임위 회부, 혹은 상정된 상태로 본회의 상정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부처별로 업무영역이 달라 근본대책 마련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우리가 불법촬영에서 연관된 부분은 공중화장실뿐이라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 대책을 위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카메라의 유통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범부처가 함께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 역시 “인식 개선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집중하고 있으며, 민관협의체 등 통해 대응방안 등 관련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처벌 강화를 위해 관련 개정안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몰카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관계 부처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몰카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몰카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면서 “법의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하기 위한 처벌 규정과 인식개선, 실실적인 피해자 지원 등을 다방면에서 관련부처가 협력해 장기적으로 끌고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