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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28명의 청년이 의기투합했다. 1주일에 2만원씩 1년을 모아 약 3000만원을 마련했다. 그 돈으로 오직 28명을 위한 작은 식료품 가게를 열었다. 원칙을 세웠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들여와 정직하게 팔 것. 최소한의 이익만 남겨 공평하게 나눌 것. 가게에 대한 중요한 선택은 1인1표로 결정할 것. 이익 중 일부는 반드시 자녀들의 교육비로 사용할 것.
이 그럴듯한 이야기는 174년 전 이미 벌어졌던 일이다. 19세기 사건의 재구성이라고나 할까. 작은 식료품 가게는 훗날 12억명이 참여하는 로치데일 협동조합이 됐고, 28명의 청년은 ‘선구자들’로 남게 됐다. 그러니까 세계최초의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였던 셈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의 대응축에서 태동했다. 사회적기업 역시 자본가의 횡포에 맞서며 발전해왔다. 시장경제와 산업화가 불러온 양극화·불평등·환경오염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의 영원한 레종 데트르(존재의 목적)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치료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말이다.
쉽게 비교해보자. 시장경제는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제1 목적은 각자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합법적인 경쟁은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간다. 반면 사회적경제는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제1 목적은 사회적가치 창출(사회문제 해결)이다. 그 과정에서 이윤이 따라오면 그건 덤이다. 또 다른 사회적가치 창출에 투자하면 된다. 이 간단한 논리가 시장경제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개인의 이익이 무엇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사회적경제를 설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단어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에 비해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원리에 사람의 소소한 행복이 보장돼있다. 취업준비생 처남과 마트 계산원 엄마와 실직자 아빠를 포함한 갑남을녀 모두에게 말이다.
자, 다시 온도계를 들어 보자. 사회적경제의 온도는 어떤가. 따뜻할 것 같다는 믿음을 가져도 된다. 여러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은 형태의 사회적경제는 근본적으로 체온보다 따뜻할 수밖에 없다. 그 믿음을 갖고 지금부터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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