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 로또 아파트 시세차익, 누구의 몫인가

박민 기자I 2018.06.02 07:00:00

수억원 시세 차익에 8만개 넘는 통장 쏠려
청약자 vs 주택사업자 vs 정부
''시세차익 누가 취해야 합당하나'' 논쟁도

수도권 ‘로또 분양’으로 관심을 모은 경기도 하남 ‘미사역 파라곤’ 아파트가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에서 8만개가 넘는 통장이 접수돼 평균 104.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 청약 마감했다. 사진은 강남 자곡동에 마련된 모델하우스 모습.(사진=동양건설산업 제공)
[이데일리 박민 기자] 이번 주 건설업계 이슈는 단연 ‘로또 아파트’ 입니다.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분양 단지가 나와 청약 광풍이 이주 들어 정점을 찍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하남시에서 분양한 ‘미사역 파라곤’ 아파트는 총 809가구를 모집에 1순위 청약자만 8만 4875건이 몰리며 평균 104.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8만개 넘는 청약 통장이 나온 것은 지난 2003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9만 7279건) 청약 이후 역대 두 번째 기록입니다.

이 열기가 어느 정도로 뜨거웠는가 하면 이날 오전 금융결제원 청약 싸이트인 ‘아파트투유(APT2you)’는 일시에 접속한 청약자들로 오전 한때 시스템이 먹통이 될 정도였습니다. 특히 이날 수도권의 또 다른 관심단지인 경기 안양 평촌 ‘어바인 퍼스트’도 청약을 진행했는데 이 아파트를 청약하려는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입니다. 오전 한때 청약 시스템이 마비·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금융결제원은 청약 접수 마감 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 늘려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했습니다. 이는 인터넷 청약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청약 과열을 불러온 미사역 파라곤은 당첨만 되면 주변 시세 대비 3억~5억원의 차익을 볼 수 있어 ‘울트라 로또 단지’라는 별칭까지 있었습니다. 이에 1순위 자격을 갖춘 청약자들은 앞다퉈 청약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주인이 없어 누구든지 먼저 차지하면 임자가 되는 무주공산(無主空山) 같아서 당첨을 바라고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 것이지요. 이날 회사 업무 시간 이전에 청약을 하려고 청약 가능 시간대인 오전 8시에 맞춰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했다는 한 직장인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깐요.

이처럼 청약자들을 투기수요로 조장하는 로또 단지는 왜 자꾸 나오는 것일까요. 이미 많은 기사를 통해 이 내용을 접하셨겠지만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민간주택사업자들의 분양 단지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서입니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 인근 단지도 도미노처럼 가격이 따라 올라 일대 집값이 상승할 것을 우려해서입니다. 한편으론 새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가격을 통제해 조금이라도 비용을 적게 들게 해 내집 마련을 돕겠다는 선의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여러 부작용도 수반하고 있어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청약단지마다 수만 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는 것을 순수하게 내집 마련을 위한 청약자들로만 볼 수 있겠느냐”며 “정부 규제의 역설로 시세 차익 단지를 양산해내고 청약 제도는 투기의 한 방편으로 변질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실제 정부는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오는 4일부터 미사역 파라곤 등 분양 현장의 불법·편법 청약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 청약자들이 로또 분양에 당첨되기 위해 스스로 범법자로 빠트리는 부작용을 인정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애초 분양가 통제에 따른 시세 차익을 누가 가져야 할 것에 대한 원론적인 논쟁도 일고 있습니다. ‘애초 주변 시세대로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해 건설사가 이득을 얻고 이를 세금으로 납부하면 된다’. ‘아파트 건설에 분양 계약자들의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청약 당첨자가 이득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분양 수익은 국고로 환수하는 ’채권입찰제‘ 등의 방식을 적용해 수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건설사, 청약자, 정부 등 각각의 주체에 따른 해석이 다릅니다.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고 로또 청약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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