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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25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현물 출자했다.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정부가 두 은행에 현물·현금으로 출자한 금액은 모두 6조5320억원에 이른다.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은행 자본이 줄자 세금을 대거 수혈한 것이다.
이처럼 구조조정 기업 부실 관리에 따른 혈세 낭비와 낙하산 인사, 채용 비리 등으로 얼룩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돼 경영 감독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 산은·수은 ‘공기업 지정’ 가닥 …경영감독 강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는 이달 말 두 은행을 기존 기타 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지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산은·수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난 2007년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산은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지침에 따라 2012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서인 2014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바 있다. 수은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지정을 유지해 왔다.
공기업 지정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경영 감독 강화다. 공공기관 운영법에 근거해 이사회·임원 임명 등 기업 지배 구조상 견제 시스템이 깐깐해지고 기재부의 경영 실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사후 관리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기재부 경영 평가는 기관별 등급(S~D)에 따라 매년 직원 성과급은 물론 기관장 인사 조처까지 좌우해 평가 대상 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산은과 수은의 전년도 경영 실적 평가 등급을 모두 ‘C’(보통)에서 ‘B’(양호)로 한 등급 상향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의 부실 관리 및 추가 지원 문제로 국민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평가 결과는 이런 국민 정서와는 달랐다.
기재부 공운위에 참여하는 한 민간 위원은 “기관 입장에서 기재부 경영 평가를 받는 것과 안 받는 것은 책임과 부담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두 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해 국민 기업으로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지정 후 두 은행의 기능이나 핵심 업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운영법이 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면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한 사후 통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다만 기존 산은·수은 정관 등을 규정한 근거법인 한국산업은행법과 한국수출입은행법은 공공기관 운영법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공운법이 두 법에 우선해서다.
◇산은·수은 “시어머니 늘어”…기재부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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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공기업 지정을 추진하는 기재부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두 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면 정책적 목적으로 대규모 투자나 출자 등이 필요할 경우 경영 실적을 우선하는 내부 직원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기관 유형이 오락가락하는 데 따른 피로감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 민영화 방침에 따라 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다가 다시 통합한 지 5년 만에 이번엔 다시 공기업으로 지정하겠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공운위의 한 민간 위원은 “산은과 수은은 정부가 지배주주인데도 ‘정부는 경영에 참견하지 말라’는 식인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두 기관을 공기업으로 지정해 수익을 더 내게 한다면 실질적 주인인 국민에게도 결과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기획예산처 차관·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는 “산은의 경우 공공기관 운영법 제정 이전에도 정부 투자기관으로서 경영 평가를 받았었다”면서 “공공기관 유형 지정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때그때 정책적 판단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