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조부모에 부모까지 6명이 키우는 중국의 '소황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신정은 기자I 2017.12.15 06:30:00

[지구촌 육아전쟁 탐방기 중국편]
중국판 캥거루족 '컨라오주'를 만든 '421' 가정
산아제한 정책 탓 탁아시설 보급률 4%에 불과
만 2세 이하 영유아 70% 조부모가 돌봐

베이징시 둥청구의 한 작은 공원에서 할머니가 손녀를 돌보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중국)=글·사진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이얼싼(一二三·하나 둘 셋) 이얼싼…’

중국 베이징시 둥청(東城)구의 위치한 한 작은 공원. 단화를 신은 할머니가 분홍색 옷을 입은 손녀의 두 손을 잡고 서 있다. 할머니는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아이가 넘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아이가 발을 하나 둘 바닥에서 떼자 할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하오빵!(好棒·대단해)” 할머니가 좋아하자 아이도 까르르 웃는다.

중국 길거리에서는 이처럼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통학 시간에 맞춰 거리를 나가면 부모님 대신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도 많다.

우리 못지 않게 중국에서도 조부모 없는 육아는 상상하기 힘들다. 베이징 한 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는 왕인핑(王銀屛)씨는 얼마 전 둘째를 출산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왕 씨는 맞벌이 부부여서 아이를 돌봐주는 부모님이 없었다면 둘째는 가질 생각도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왕씨는 “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집안일도 도와주고 등하교를 대신 해주고 있다. 과거엔 남편이 집안일을 열심히 해줬지만 직장을 떠나 사업을 시작한 후 너무 일이 바빠져서 이조차 어려워졌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저희 부부끼리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시 둥청구의 한 공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와 놀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상하이에 사는 8살 아이의 엄마 짜오징(曺靜)씨는 “중국 가정의 대부분은 맞벌이 부부고, 어른들이 자식들의 가정에 관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주중에는 아이를 부모님이 책임진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조부모의 육아부담이 커진 이유는 탁아시설(어린이집)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이다. 중국 국가위생출산계획생육위원회에 따르면 0세~3세 영유아를 돌봐주는 탁아시설 보급률이 4%에 불과하다. 중국 만 2세 이하의 영유아 70%를 조부모들이 돌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이 만들어낸 중국만의 특이한 사회적 현상이다. 현재 아기를 키우는 30대의 젊은 부부들은 ‘바링허우(80后·1980년대 출생자)’ 또는 ‘주링허우(90后·1990년대 출생자)’로 한 자녀 정책이 시행 중이던 때에 태어난 ‘독생자녀(獨生子女)’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1명은 부모 2명과 조부모 4명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421 가정 구조’가 된다. 조부모에겐 단 하나뿐인 자식에서 태어난 하나뿐인 손주인 만큼 아이를 돌보는데 열과 성을 다한다.

중국에는 최근 ‘캥커루족(늙은 부모에게 얹혀사는 다 큰 성인 자녀)’을 지칭하는 ‘컨라오주([口+肯]老族)’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렇게 자신의 아이를 당연하게 부모에게 맡기는 현상은 중국 캥거루족의 또다른 행태로 비춰진다.

△독생자녀(獨生子女·두셩즈뉘)

1979년 중국 정부가 한 자녀 낳기 가족계획 정책을 실시한 이후 태어난 외동 아들·딸을 지칭한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베이징시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할아버지가 아이들 배웅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