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주택시장에서 집값을 올리는 확실한 재료로 꼽힌다. 특히 지하철(전철·경전철 등)은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집값은 레일따라 움직인다’는 부동신 격언이 생겼겠는가. 교통 호재는 대개 개발계획 발표, 착공, 완공(개통) 등 3단계에 걸쳐 주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내달 2일 개통을 앞둔 우이~신설 경전철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규모 개발사업과 함께 집값 상승의 최고 재료로 꼽히던 지하철 개통 효과도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총 사업비 6465억원이 투입된 우이~신설 경전철은 북한산우이역을 출발해 삼양사거리와 정릉, 환승역인 성신여대입구역(4호선)과 보문역(6호선)을 거쳐 신설동역(1·2호선)까지 연결하는 노선(총 11.4㎞, 13개 정거장)이다. 이 경전철이 개통하면 우이동에서 신설동역까지 통행 시간이 기존 50분에서 20분대로 단축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이~신설 경전철 개통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최대 수혜지인 강북구와 성북구 일대 집값은 반등의 기미를 찾기 어렵다. 최대 수혜 지역인 강북구 미아동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수유동 일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드물게 거래가 이뤄질 뿐 매입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3주 전 발표된 8·2 대책으로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이다. 강북구 미아동 OK공인 송웅섭 대표는 “대책 발표 전에는 경전철 개통 호재가 시세에 반영되고 매매 거래도 활발했지만 대책이 나온 뒤로는 매수 문의가 확 줄었다”며 “개별적인 지역 호재보다는 서울시 전체의 부동산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을 잡으려는 정책에 애먼 피해자가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렇다고 매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집주인들은 경전철 개통 이후 교통 편의성이 집값에 추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도 시점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수유동 L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없다 보니 거래도 끊겼다”며 “개통 효과라고는 전세 수요가 다소 많아진 정도”라고 말했다.
그동안 버스를 타고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으로 이동했던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와 두산위브 트레지움 단지 입주민들은 다음 달부터 단지 바로 앞에서 전철을 탈 수 있게 됐다. 또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6호선 보문역, 1·2호선 신설동역에서 환승도 가능해진다. 그런데도 집값은 약세다.
일부 역세권 단지에서는 최근 한달 새 호가가 더 빠진 매물이 등장했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e편한세상1차는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됐는데도 전용 85㎡형이 최근 시세 대비 2000만원 가량 낮은 4억3500만원에 나왔다. 정릉동 D공인 관계자는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전반적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며 “개통이 임박했지만 수혜 단지에서도 집값 반등 현상이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 호재 업고 집값 반등 가능성도”
분양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이~신설선 정릉역 인근에 위치한 길음뉴타운은 2002년 일찌감치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이미 아파트와 생활편의시설 개발이 완료됐다. 경전철 삼양사거리역, 솔샘역 등과 맞닿아 있는 미아뉴타운 역시 재정비 사업이 거의 끝났으며 추가로 확장 지정된 4호선 미아삼거리역 인근 재정비촉진구역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수유동 주거지역의 경우 아파트 분양 물량이 없고 다세대주택과 빌라 건축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전철 노선이 지나는 강북·성북지역에서 올해 분양을 앞둔 단지는 성북구 돈암동에 들어서는 ‘길음역 동양파라곤’이 유일하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총 552가구 규모다. 기존 4호선(길음역)이 더 가까워 우이~신설선의 수혜 단지도 아니다.
미아동 S공인 관계자는 “미아동 SK북한산시티나 벽산라이브파크 등은 서울에서 흔치 않게 전용 85㎡형 매맷값이 4억2000만원을 밑돈다”며 “8·2 대책 충격이 사그라들면 그동안 저평가됐던 강북·성북 집값이 교통 호재를 등에 업고 상승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