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능선 넘은 완성차 임단협…악화일로 갑을오토텍

임성영 기자I 2016.11.01 06:00:00

7월 8일 노조 파업 이후 회사 손실액 700억원 넘어서
직장폐쇠 사측 "높은 임금 수준으로 2년 연속 적자…추가 인상 어려워"

갑을오토텍 노조와 관리직이 회사 정문에서 대치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제공.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기아차(000270)를 제외한 네 곳의 완성차 업체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자동차 부품회사인 갑을오토텍 노사 간의 대치가 넉 달째에 접어들면서 해를 넘길 조짐이다.

1일 갑을오토텍에 따르면 지난 7월 8일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이후 회사의 손실액은 7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1년 211억원의 세배 이상에 달한다. 200여 개에 달하는 협력사의 손실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노조는 △(월 기본급) 2015년도분 15만9900원과 2016년도분 15만2050원 추가 임금 인상 △직원 채용 시 노조의 거부권 인정 △10년간 고용 보장(정리해고 시 평균 임금 36개월분 지급) △연소득 3% 초과 지출한 의료비 전액 무제한 지급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및 징계 면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노조원의 연봉이 업계 평균 대비 낮지 않다는 점에서 노조 측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 수용하지 않고 있다. 갑을오토텍은 지난해와 2014년 각각 107억원, 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기준 노조원들의 평균 연봉은 8400만원(복리후생비 포함 시 9500만원)이다. 갑을오토텍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약 20%로 업계평균의 6~9%대비 높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에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하면서 기본급이 이전보다 30%나 올라갔다”며 “더불어 지난해 노조의 요구대로 주간 연속 2교대를 도입하면서 업계와 평균 임금 차이는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높은 임금으로 회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것.

회사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7월 말 직장폐쇄를 결정했고, 이에 노조는 지금까지 공장 점거를 하며 대치하고 있다. 넉달동안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국내외 고객사로 부품 공급을 제때 못하자 위약금 부과는 물론 거래선 교체 통보까지 받은 상황이다. 또한 만기어음과 금융권의 여신한도 축소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지만 노조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대체생산을 위한 관리직의 공장 출입도 막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갑을오토텍은 노조의 요구대로 지난 8월 경비용역을 철수시켰고 지난달엔 다른 계열사로 ‘전출’된 제2노조 잔류 직원 40명 전원에 대해 근무 중인 해당 계열사로 ‘전적’ 조치했다.

노조는 지난 13일 “2010년 이전에 채용된 정상적인 관리직’들의 출입은 막지 않겠다”고 밝히며 2010년 이전에 채용된 관리직 78명에 대해서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은 갑을상사 그룹의 계열사로 자동차용 에어컨 시스템과 열교환기 제품 등 공조장치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태는 지난 1962년 10월 설립된 현대양행이다. 이후 만도기계, 만도공조, 위니아만도, 모딘코리아로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 달았다. 회사의 주인도 위니아만도에서 UBS캐피탈, 모딘코리아로 변경됐는데 지난 2009년 12월 갑을상사그룹이 모딘코리아로부터 지분을 100% 사들이면서 현재의 갑을오토텍이 됐다.

주인이 바뀌는 동안에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공조장치 분야 내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다임러, 미쓰비시후소 트럭 등 해외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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