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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행사까지 그대로···대한민국은 ‘카피캣’ 공화국

최은영 기자I 2016.10.28 05:30:00

히트 상품 따라 만들고, 포장에 판촉행사까지 ‘베끼기’
롯데제과, ‘카피캣’ 오명에 제목소리 못내고 속앓이만
佛 ‘베트멍’, 한국산 짝퉁 재해석해 판매..‘짝퉁천국’ 패러디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식품·유통·패션업계 무분별한 베끼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 ‘상품 베끼기’는 고질병에 가깝고, 유통업계에선 ‘행사 따라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카피캣 공화국’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듯한 행사가 최근 국내에서 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대박 백’(사진 위)과 롯데백화점의 ‘슈퍼 박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날 창립 37주년을 기념해 ‘슈퍼박스’ 행사에 나섰다가 카피캣(모방꾼) 비난을 받았다. ‘슈퍼박스’는 상자나 가방에 상품을 무작위로 담아 일정 금액에 판매하는 일종의 ‘럭키백’·‘럭키박스’ 행사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다 ‘복불복’이라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어 여러 기업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문제는 한 달 전쯤 신세계백화점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 첫날 선보인 ‘대박 백(Bag)’과 기간부터 판매 가격, 품목까지 유사하다는데 있다. 신세계 행사는 주부 고객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이름처럼 ‘대박’을 쳤다. 롯데백화점 ‘슈퍼박스’도 단 하루 동안, 1만원에, 선착순 판매됐으며 이탈리안 파스타세트, 요리 양념세트 등 신세계와 같은 가공식품으로 내용물을 채웠다. 샘표 요리 에센스 세트는 구성까지 판박이다. 이름만 ‘대박 백’에서 ‘슈퍼박스’로 바뀌었을 뿐 행사 내용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다는 지적이다.

롯데제과 ‘자일리톨’과 오리온 ‘더 자일리톨’.
그런가 하면 제과업계에선 롯데제과와 오리온이 자일리톨껌 용기 디자인 도용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말 오리온이 리뉴얼 출시한 ‘더 자일리톨(THE XYLITOL)’의 제품 디자인이 자사의 ‘자일리톨(XYLITOL)’과 유사하다며 디자인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오리온 측에 보냈다.

롯데제과 측은 “오리온이 녹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제품명을 표기한 것이 자사 것과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입장인 반면 오리온은 “두 제품의 디자인은 유사하지 않고 따라서 디자인을 바꿀 계획이 없다”며 맞섰다.

일각에선 유난히 모방 제품이 많은 롯데제과가 경쟁사의 디자인 도용 문제를 따지고 들자 자격이 있느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를 따라 만든 ‘초코파이’를 비롯해, 해태 ‘누가바’와 흡사한 ‘누크바’, 크라운제과 ‘못말리는 신짱’과 유사한 ‘크레용 신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에는 일본 제과업체인 에자키글리코사가 롯데제과가 한정판 제품으로 출시한 ‘빼빼로 프리미어’가 자사 제품인 ‘바통도르’ 디자인과 유사하다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일도 있었다. 같은 해 출시한 ‘와플메이트’는 아일랜드의 한 비스킷 회사가 2014년 출시한 ‘소셜 서클스’의 포장지에 들어간 삽화를 써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패션업계에선 프랑스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의 도발적인 창고 캡슐 컬렉션이 화제를 모았다. 베트멍은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창고 판매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날 주제는 ‘Official Fake(공식적인 짝퉁)’였다. 한국에서 베트멍 카피 제품이 기승을 부리자 ‘카피를 다시 카피하는’ 행사로 이를 풍자하고 나선 것. 패션업계 관계자는 “풍자였는지, 조롱이었는지, 아니면 브랜드 관리 차원이었는지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모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 된다“고 말했다.

베트멍 ‘오피셜 페이크’ 창고판매 현장(사진=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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