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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무원이다]성과제로 철밥통 혁파?.."실적 올려도 승진 앞둔 선배에 양보"

이지현 기자I 2016.04.08 06:30:00

SS등급 신설해 1000만원까지 성과급 격차 벌려
"실적 양보 강요 비일비재..성과급 확대 박탈감만"
유연근무제로 장시간 근로 차단.."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불만"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우리사회에서 선망의 직업인 공무원. 그러나 공직사회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들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고개를 흔든다.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는 공무원이 10명 중 3명꼴이다. 민간보다는 월등히 높지만 기대이하다. 급여는 박봉에 버팀목이던 연금마저 깎였다. 그래도 공무원이다. 9일 열리는 9급공무원 시험에는 총 22만 2650명이 원수를 접수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전체 채용 규모는 4120명, 경쟁률은 54대 1이다. 최악 취업난에 고용불안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00만 공무원의 세계를 분석해 봤다.[편집자주]

‘공직=철밥통’ 공식을 혁파하기 위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인사정책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무원 성과평가급수 4단계(S·A·B·C)에 ‘SS’를 추가해 실질 임금 격차를 확대했다.

◇ “실적올려도 승진 대상 선배에 양보”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5급 사무관의 성과급은 현재 △S등급 640만원 △A등급 460만원 △B등급 310만원 △C등급 0원 등이다. 인사처는 업무 역량이 탁월하면 파격적인 성과급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약속대로 올해 처음으로 S등급을 받은 사람 중 상위 2%(SS등급)에는 S등급 성과급의 50%를 추가해 지급했다. 성과급이 0원인 C등급과 비교하면 1000만원 가까이 더 받았다.

이같은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대한 공직사회의 저항은 심각한 수준이다. 첫번째 걸림돌은 성과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신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공직사회에서는 서열과 승진이 전부”라며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공직사회에서 공정한 성과평가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승진을 앞둔 선배에서 실적을 양보하라는 강요가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성과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 지급은 오히려 박탈감만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SS등급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쉬쉬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줄 잘 선 사람들이 주로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누가 봐도 열심히 잘한 동료가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줄세우기식 평가가 이뤄지는 한 성과평가에 따른 성과급 차등지급은 일할 의욕만 떨어트릴 뿐”이라고 말했다.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불만

인사처는 주당 40시간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유연근무제’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면 하루에 12시간씩 3일을 근무하고 나머지 하루 동안 4시간만 근무하는 주 3.5일 근무도 가능해진다. 인사처는 이를 통해 2200시간에 이르는 공무원 1인당 연간근로시간을 2018년까지 1900시간대로 줄여 장시간근로관행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가정 양립은 물론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함으로서 공무원들의 근무 만족도와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를 전면 폐지하라’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지현 기자)
현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현장 상황을 모르는 책상물림 정책이라는 것이다.

한 지방기초단체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원 C씨는 “업무시간에는 민원인 대응과 전화 상담으로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며 “결국 본 업무는 업무시간 이후에 야근을 하거나 개인 시간을 쪼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충재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국회 등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만드는 등 잡무에 시달려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며 “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일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데 이런 조치는 없이 무조건 근무시간만 줄이라고 하니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공직 안정성 훼손 민간기업 ‘기웃’

아울러 정부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소극행정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공무원에 대해서는 최대 파면까지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사처는 부작위, 직무태만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공무원 뿐 아니라 지휘감독자도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공무원의 최대 강점인 안정성마저 흔들리면서 공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공무원은 세금 도둑이라는 전제를 깔고 바라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며 “주변에서 적지 않은 동료 선후배들이 민간기업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엄격한 처벌 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사기진작을 위해 파격적인 보상체계와 특별 승급 등을 도입해 일하는 공무원에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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