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벤처캐피털(VC)들이 해외기업들의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 투자에 나섰던 해외 기업들의 한국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고섬 사태로 발길이 뚝 끊겼던 해외기업 상장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중국 기업 15곳을 비롯해 미국 4곳, 영국 1곳, 인도네시아 2곳, 베트남 1곳 등 총 23개사다. 이 중 5곳이 한국 VC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곳이다. 그동안 투자은행(IB) 분야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해외 IPO 영역이 VC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중국 합성운모업체인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는 국내 벤처캐피털인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기업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07년 중국사무소를 세운 이후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규모의 약 25%에 달한다. LB인베스트는 현재 차이나크리스탈의 지분을 0.3% 보유하고 있다.
차이나크리스탈은 지난 2011년 상장한 중국고섬이 회계부정으로 3개월 만에 거래정지를 당하고 결국 상장 폐지된 ‘고섬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기업이다. 천연운모보다 순도가 높은 합성운모를 생산하는 차이나크리스탈은 중국 장쑤성 장인시에 공장을 갖고 있으며 연간 1만5000톤가량의 합성운모를 생산한다. 독일 바스프와 머크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빅데이터 관련 기업 피에스아이인터내셔널(이하 ‘PSI’)도 국내 VC가 투자한 업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7월 30억원 가량을 투자해 6%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PSI는 IT와 빅데이터 분야 전문 기업으로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식품의약국(FDA),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을 비롯한 미국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바이오업체인 타이푸생물과학(泰普生物科學·영문명 트리플렉스 인터내셔널 바이오사이언스, 이하 ‘TIB’)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6%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인도네시아 홈쇼핑업체인 레젤홈쇼핑은 윈베스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윈베스트가 레젤홈쇼핑의 지분을 1.7% 갖고 있다. 중국 기능성화장품 업체인 해천약업은 다윈캐피탈(1.2%)이 투자했다.
하종원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장은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덕분”이라면서 “우수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찾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증시도 세계화되고 성장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