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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단단한 준중형 세단 쉐보레 크루즈

김형욱 기자I 2015.07.26 03: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단단하다. 한국GM의 준중형 세단 쉐보레 크루즈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단단한 차다. 경쟁 준중형 세단과 비교해 이미지도 주행 느낌도 차체도 단단하다. 다운사이징 시대에 경쟁 모델보다 100㎏ 이상 무겁다는 건 흠이지만 그만큼 단단하다.

크루즈를 만든 회사 대우자동차와 GM은 각각 1997년과 2008년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 크루즈는 그 와중에도 꾸준히 판매되며 회사의 재기를 묵묵히 도왔다. 자동차에도 감정이란 게 있다면 크루즈는 분명히 그 심지가 굳을 것 같다.

지난 주말 크루즈 1.4 가솔린 터보 LTZ 2015년형 모델을 도심과 교외를 아우르는 약 311㎞에 걸쳐 직접 시승해 봤다. 시승 직후 2016년형 모델이 나왔으나 일부 디자인 변경과 색상 추가만 있었다. (사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쉐보레 크루즈 헤드램프(전조등) 디자인. 왼쪽이 이달 새로이 출시한 2016년형, 오른쪽이 2015년형이다.
쉐보레 크루즈 2015년형 앞모습. 이달 출시한 2016년형은 헤드램프 디자인이 바뀌었다.
쉐보레 크루즈 옆모습.
쉐보레 크루즈 뒷모습.
◇‘팔방미인’ 1.4 가솔린 터보 엔진

공교롭게 쉐보레의 1.4 가솔린 터보 엔진을 체험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소형 해치백 아베오, 소형 SUV 트랙스 1.4 가솔린 터보 모델을 타봤다.

꽤 매력적인 엔진이다. 배기량은 1.4리터로 동급 중 가장 낮지만 터보차저와의 조합 덕분에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m의 준수한 힘을 갖췄다. 토크는 동급 최고다. 치고 나가는 힘이 좋다.

여기에 젠Ⅱ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해 국내 공인 복합연비가 썩 나쁘지 않다. 12.6㎞/ℓ(도심 11.2 고속 14.7)다. 더 높은 성능과 무거운 차체 탓에 경쟁 모델에는 못 미친다. 높은 배기량, 큰 차 이미지의 ‘미국차’ 쉐보레가 먼저 엔진 배기량을 낮췄다는 건 어쨌든 흥미로운 변화다. 통상적인 준중형 세단은 아직 배기량 1.6ℓ 엔진을 쓴다.

크루즈와 1.4 가솔린 터보 엔진의 궁합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엔진이라면 소형차 아베오의 달리는 느낌이 더 좋기는 했지만 크루즈도 나쁘지 않다. 폭발적이라고까진 못해도 꽤 단단하다. 100㎞ 전후 고속주행에서도 힘이 느껴졌다. 엔진음도 마음에 든다.

시승 기간 평균 실연비는 11.5㎞/ℓ로 실연비보다는 조금 못 미쳤다. 총 311.4㎞를 평균 시속 33.6㎞로 달려 27.1ℓ의 연료를 썼다. 도심에선 막혔고 교외에선 다소 거칠게 몬 측면이 있다. 한국타이어 옵티모 17인치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다.

쉐보레 크루즈 1.4 가솔린 터보 엔진룸.
쉐보레 크루즈 1.4 가솔린 터보의 공인 복합연비
◇편의 좋아졌으나 디테일 아쉬움도

쉐보레 자동차에 늘 아쉬웠던 편의사양이 요즘 들어 꽤 개선된 느낌이다.

아이폰을 연결하면 즉시 아이팟으로 인식해 저장한 음악을 재생한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도 USB로 인식해 음악을 듣는 데 지장이 없다. 정속주행장치(크루즈 컨트롤)나 에어컨 등 기능 조작도 직관적이다. 수납공간도 효율적이다. 곳곳에 숨은 수납함이 많다.

일부 디테일은 여전히 아쉽다. USB 커넥터가 수납공간에 숨어 있는데 이를 닫으면 선이 걸린다. 트렁크를 외부에서 열 수 없고 무조건 운전석 버튼을 눌러야 한다. 요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잘 나온다지만 국내에선 선호도가 높은 내장 내비게이션이 고급 모델에도 없다.

디자인은 단단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무난해 개인 호불호가 크지 않을 듯하다. 올 1월 쉐보레의 새 디자인 콘셉트 ‘와이드 앤 로우(wide&low)’가 적용됐다. 그릴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넓고 낮아졌다.

사진으로 본 2016년형은 눈매, 헤드램프를 좀 더 다듬었다. LED 주간주행등(DRL)이 속눈썹처럼 강인한 느낌을 더한다.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

쉐보레 크루즈 앞좌석 모습
쉐보레 크루즈 USB 커넥터. 수납함을 닫으면 연결 선이 눌리는 게 아쉽다. 요즘 적잖은 모델은 커넥터를 수납함 내부가 아닌 외부에 배치하거나 선을 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다.
쉐보레 크루즈의 다양한 수납공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쉐보레 크루즈에 연결해 음원 앱 음악을 재생하는 모습.
◇어려운 상황 속 ‘소년가장’ 역할

사실 현 시장 상황은 크루즈에 좋지 않다. 적잖은 사람이 세단 대신 SUV를 찾고 있다. 업계 1위 현대 아반떼는 올 초부터 무이자 할부 공세를 펼친데다 올 9월이면 완전 신모델(AD)을 내놓는다.

올 상반기 준중형 세단 판매량은 현대 아반떼가 3만9731대, 기아 K3가 2만381대, 크루즈가 3위인 8808대다. 작년보다 1.7% 줄었다. 르노삼성 SM3(7956대)보다는 조금 많다.

미국에서는 내년 초 신형 크루즈를 출시하지만 국내에선 이보다 1년 늦은 2017년에야 나올 전망이다. 아직 1년 반 남았다. 한국GM이 올 1월과 7월 연이어 크루즈 디자인 변경 모델을 내놓은 것도 크루즈의 상품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1750만~2189만원이다. 1.8 가솔린 4개 모델이 1750만~2074만원, 1.4 가솔린 터보 2개 모델이 2064만~2189만원이다. 해치백 모델인 크루즈5 1.8(2085만원), 1.4 터보(2199만원) 2개 모델도 있다.

이 가격이면 동급 디젤 모델이나 소형 SUV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달리는 재미와 정숙성 측면에선 크루즈 1.4 터보가 앞설 듯하다.

개인적으로 크루즈 중 하나를 산다면 크루즈 1.4 가솔린 터보 LT(2064만원)를 고를 듯하다. 옵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연비·주행성능을 택한 결과다. 실제 올 상반기 전체 크루즈 고객의 41.3%는 1.4 터보를 택했다. 올 상반기 판매량도 전체 크루즈는 줄었지만 터보는 3634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5배 이상(55.9%) 늘었다.

쉐보레 크루즈 1.4 가솔린 터보 운전석
쉐보레 크루즈 운전 모습.
쉐보레 크루즈 핸들
쉐보레 크루즈 1.4 터보 기본 타이어. 한국타이어 옵티모 17인치가 장착됐다.
쉐보레 크루즈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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