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 분양가상한제가 풀리면 집값이 크게 뛸 것으로 판단해 청약에 나섰다가 웃돈(프리미엄)이 붙지 않자 손해를 보고서라도 손절매하려는 물건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아파트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6.6대 1, 최고 경쟁률 52.1대 1 마감이란 분양 성적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 청약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에 나섰다 계약금 마련에 애를 먹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청약 열풍이 일자 이에 편승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빚어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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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열풍의 중심지인 강남권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분양한 ‘역삼 자이’ 전용면적 114㎡형 아파트는 14억 6380만원(기준층)에 분양됐지만 지금은 시세가 14억 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일년 사이에 분양권 가격이 1380만원 가량 빠진 것이다. 역삼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3.3㎡(평)당 2990만~3150만원으로 비쌌던 게 시세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충남 서산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서산’ 아파트도 잔여 가구 계약을 갈무리하지 못했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이 아파트 전용 75㎡형은 미분양이 90% 가까이 해소됐지만 전용 84㎡A·B형 잔여 물량은 여전히 꽤 남아 있는 상태”라며 “미분양이 해소되기 전까진 웃돈이 붙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천안지역에서 나온 분양 단지에도 미분양이 남아돌면서 분양가에 웃돈이 붙지 않고 있다. 천안 불당 호반베르디움은 1순위 일반분양 736가구 모집에 1만 699명이 몰려 평균경쟁률 14.54대 1을 기록했다. 최고경쟁률은 전용 84㎡A형으로 45.54대 1로 마감했다. 하지만 현재 전용 84㎡형 분양권 시세는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천안에선 비슷한 시기 나온 ‘현대 아이파크 3차’와 ‘레이크타운 푸르지오’, ‘아산 이지더원’ 아파트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분양가가 오르는 시점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청약에 나섰다가 뒤늦게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청약 전에 입지 여건과 적정 분양가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