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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신용평가시스템' 갖추고도 고리대출 '눈총'

김동욱 기자I 2015.02.26 05:00:00

수억원 들여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 도입
실제 대출땐 사용안해
신용등급 관계없이 연 30%
대부업계열 저축銀 특히 심각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저축은행이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적용할 때 활용하는 신용평가시스템(CSS)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역량을 갖춰 고객에 따라 대출금리를 달리 적용할 여건이 되는데도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무조건 연 30%대의 고금리를 물리는 저축은행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대출 영업 비중이 높은 친애·OK·월컴저축은행 등 대부업 계열의 저축은행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의 이 같은 영업방식을 막기 위해 CSS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현장에선 헛물만 켜고 있는 셈이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앙회에 등록된 저축은행 중 20곳이 자체 CSS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CSS는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신용도 등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갖추려면 2억∼3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축은행 대부분(38곳)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중앙회의 표준 시스템을 활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능 면으로 보면 자체 CSS가 중앙회가 구축한 표준 CSS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말했다.

◇ 역량되는데도 무조건 고금리

문제는 성능이 뛰어난 자체 CSS시스템을 갖췄더라도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연 30%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물리는 저축은행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당국의 조사에선 현대·고려· 예가람·친애저축은행과 대부업 계열인 OK저축은행 등이 자체 시스템을 구비했으면서도 일방적으로 고금리를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 계열인 웰컴저축은행은 표준 CSS를 구축했지만 우량고객에게 고금리를 물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를 적용해서가 아니라 1등급 고객에게도 일방적으로 고금리를 물린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는 명백히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대저축은행이 내놓은 ‘스타일론’은 1등급 고객에게 부과하는 평균 금리가 연 29%다. 2등급부터는 연 30%가 넘는다. 전체 신용대출(당국 조사대상 25곳)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친애·OK·웰컴) 3곳 역시 우량고객과 비우량고객 간 금리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프리론’은 1등급(28.8%)과 9등급(29.2%) 간 금리차이가 0.4%포인트에 불과하다. 웰컴저축은행이 내놓은 ‘웰컴뱅크론’ 역시 1등급(27.2%)과 9등급(29.9%)간 차이가 거의 없다. OK저축은행의 ‘누구나OK’ 상품은 1등급(26.6%)과 9등급(28.1%) 간 차이가 1.5% 포인트다. 한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렸던 대부업 고객을 상대로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대환대출로 전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금리가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체 CSS를 갖춘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4곳)은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등화가 잘 이뤄져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신한저축은행의 ‘신한허그론’은 1등급 고객에게 연 11%의 금리를 적용한다.

◇ 고금리는 리스크 비용 금리에 반영한 탓

일부 저축은행이 금리를 차등화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갖췄는데도 일방적으로 고금리를 물리는 것은 신용대출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사실상 고객에 전가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금리 차등화가 잘 이뤄진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최근 개인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돈을 떼일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신 신용이 좋은 고객에겐 금리를 낮춰준다. 반면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은 적극적으로 TV 광고에 나서는 등 신용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늘리면 동시에 돈을 떼일 위험도 커지다 보니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CSS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모든 저축은행이 금리를 차등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자율화 원칙 때문에 당국이 금리를 정할 순 없지만 금리 차등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 금리 산정 방식을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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