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짙은 불황의 그림자가 이른바 ‘립스틱효과’로 대변되는 작은 사치를 부릴 여유마저 앗아가고 있다.
립스틱 효과는 불황에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자기 만족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상품들이 잘 팔리는 현상이다. 립스틱이나 매니큐어, 화려한 속옷 등은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는 이같은 립스틱 효과마저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브래지어와 팬티 등 여성용 속옷 판매가 크게 둔화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여성용 속옷 매출은 전년대비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반기만 해도 4% 가량의 신장률을 보였으나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하반기엔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그나마 팔리는 건 기획이나 할인행사의 일환으로 판매되는 이른바 진열 상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비슷하다. 여성용 속옷은 매년 7~10%씩 판매가 늘던 품목인데 올해는 판매증가율이 1.2%로 떨어졌다. 임부복과 스포츠 속옷 등 기능성 속옷은 10% 정도 신장했으나 일반 및 패션 속옷은 역신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다.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한 관계자는 “겉옷보다는 덜하지만 속옷도 경기를 탈 수 밖에 없다”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체 판매량의 70%를 차지하는 백화점과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비비안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4.8% 느는데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4%, 81% 줄었다.
여성용 속옷 판매가 주춤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5%의 성장을 기록하던 미국내 란제리 판매가 올해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NPD는 “과거에는 브래지어나 팬티가 여성들의 쇼핑목록에서 우선순위에 있었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며 “경기침체기 이후의 기간에 란제리판매가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