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탁월한 표현이지만, 애석하게도 증시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말이다. 오히려 “너의 불행이 나를 기쁘게 해”라는 Mr. Met의 노랫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경제학에서의 ‘대체재(代替財)’와 유사한 의미로 증시에도 ‘대체주(代替株)’라는 개념이 있다. 대체제란 서로 다른 종류이지만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재화를 말한다. 쉽게 말해 ‘꿩 대신 닭’으로 이해하면 된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쌀과 빵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체관계에 있는 두 재화 중 하나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는 감소하는 것 이상으로, 주식시장에서 대체주 간의 주가 흐름은 민감하게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곤 한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를 투자에 적극 활용한다. 가령 광우병 발생 소식이 들려오면 수산주나 닭고기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식이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확인됐다는 소식에 한일사료, 에이티넘인베스트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반면 하림, 마니커 등 닭고기 관련기업의 주가는 쇠고기 대체주로 부각되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동원수산, 사조오양 등의 수산주도 일제히 올랐다.
최근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 소비관련주들이 연일 승승장구하자 중국 소비관련주가 삼성전자의 대체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간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을 받던 시기에 중국 소비관련주가 대체주로 매기가 몰리며 대체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춘제 이후 3월 말까지 코스피가 3.5% 상승한 반면에 여행숙박 10.4%, 화장품 19.9% 등 중국 소비관련 업종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이번 중추절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의 최대 소비시즌을 지나며 호텔신라와 하나투어, 파라다이스 등 중국 소비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는 상대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고, 상대의 고통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도는 비단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일본 광학기기 전문업체인 올림푸스가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리자 국내 경쟁사인 휴비츠의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올림푸스 영업 위축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기대되며 휴비츠는 이후 한달 간 5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치테마주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박근혜 테마주가 폭락하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문재인 관련주가 급등하는 식의 흐름을 반복한다. 물론 대선 테마주의 경우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단기 투기성 매매로 주가가 들썩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체주 투자 방식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 투자자라면 광우병 발생 소식에 재빨리 수산주나 닭고기주를 살 것이고, 장기 투자를 한다면 대체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실제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후 투자할 것이다. 어느 쪽이 됐든, 다양한 대체관계의 매커니즘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분명 투자에 큰 도움이 되는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