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1년] ② 한국, 과연 방사능 안전지대일까?

김혜미 기자I 2012.03.10 10:24:03

생활용품·수산물 등 방사능 물질 검출 갈수록 늘어
정부, 안전하다는 말만..시민단체 "국민 기만하는 것"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경기도 평촌에 사는 주부 김모(36) 씨는 얼마전 세 살난 딸아이의 어린이집 준비물을 구입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칫솔과 물컵을 별다른 생각없이 구입해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제품에 쓰인 ''made in Japan''이란 글씨를 보는 순간 멈칫했다. 혹여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찜찜해하던 김 씨는 결국 마트로 되돌아가 한국산 제품으로 교환했다.

김 씨는 "성인도 아니고 어린아이가 사용하는 건데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쓰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리나라 시민들의 경계심은 상당히 높아졌다. 실제로 국내 생활용품이나 식품에서 이상 수준의 방사선수치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졌고, 급기야는 방사능 측정기를 개별적으로 구입해 측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정부는 이상할 정도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접시꽂이·도로·생선..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원전 사고 직후 후쿠시마현과 이바라키현 등 주변 지역에선 시금치와 우유 등 식품에서 방사선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당시 이바라키현에서 재배한 시금치에선 잠정 기준치의 27배에 이르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고, 이후 수돗물과 축산물 등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1년이 지났지만 해당 지역의 식품에선 여전히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측정된다. 그린피스가 최근 원전 주변지역에서 재배되는 채소의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자 1년 노출량의 10배가 검출됐다.

우리나라도 방사능의 위험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지난 연말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의 한 도로에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됐고, 지난 1월엔 한 마트에서 판매하던 접시꽂이에서 이상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됐다.

수산물의 경우에는 방사능 물질 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9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냉동명태와 고등어 등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는 32건으로, 이전 9개월간 21건이 집계된 데 비해 크게 늘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바다에 유출된 방사능 물질의 양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정부는 도쿄전력편?..왜 안전하다고만 하나

시중에 유통되는 생활용품이나 식품 등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는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일본산 식품 수입을 금지시켰는데 우리는 아무런 조치 없이 전부 수입하고 있다"며 "며칠 전에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일본산 생태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전국민이 세슘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가해자인 도쿄전력 편을 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환경단체에선 정부가 이처럼 정보를 통제하는 것은 원전을 계속 짓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간사는 "정부가 계속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건 원전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방사능에 대해 대단히 폐쇄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있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안전을 자신하던 나라가 일본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연일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을 주장하는 1인시위 등을 벌이고 있으며 시민단체 차일드세이브는 최근 학교급식 개정 제안서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일선 학교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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