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저제나 엉킨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요즘 주식시장의 수급 상황 말이다. 주가는 바닥권이라 하고, 대외 변수도 개선 조짐이 보이는데, 정작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거래가 한산하니 탄력을 잇지 못하고 대체로 공끝이 약하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기관이다. 외국인이 큰손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바깥(外)사람. 찬바람 불면 언제라도 떠날 이들이다. 기관 중에도 중추는 투신이다. 이들의 힘은 작년에 경험했다. 펀드 열풍을 등에 업고 막강한 뭉칫돈으로 `코스피 2000p`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올해는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차트를 보자. 기관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시장에서 약 13조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투신권 금액은 고작 4%인 54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에 기관은 약 16조원을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투신권 자금은 10조원이 넘었다.
그렇다면 투신의 실탄이 떨어진 것인가?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의 계산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금액은 약 8조3000억원(재투자분 제외)에 이른다. 돈은 많이 들어왔는데, 매수에는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투신이 언제까지 이 돈을 만지작거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방아쇠를 당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