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11대책 이후 소폭 하락한 뒤 정체 상태를 보이던 집값이 보유세 증가가 가시화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매물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8일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17평형은 지난 14일 공시가격 발표 이후 12억8000만원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왔다.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 1·11대책 발표 전후로 작년 최고가에서 10% 안팎 떨어진 값에 약간의 거래가 성사되며 가격 변동이 주춤한 상태였다. 17평형의 경우 이달 들어서는 13억원선에서 가격 변동이 멈춘 상태였다.
이 단지 15평형 역시 최저 9억원을 유지하던 매물이 추가로 1000만원 내린 8억9000만원에 나왔다.
이는 지난 14일 발표된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르며 세금 부담도 두배 넘게 늘어난 것이 추가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단지 인근 M공인 관계자는 "기존에 나왔던 매물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라며 "보유세 부담으로 매도자들의 마음이 좀더 급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역시 공시가격 발표 후 5000만원 하락한 급매물이 나왔다. 34평형의 최저 12억5000만원선이었지만 5000만원 하락한 12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15억2000만원이던 36평형도 14억8000만원으로 4000만원 하락했다.
매물도 늘어났다. 이 단지에서는 전체 평형 10개 안팎이던 매물이 28개로 늘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값을 4000만-5000만원씩 낮춘 매물은 과세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꼭 팔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치동 J부동산 관계자는 "월급쟁이나 은퇴자 가운데 소득이 적은 사람이나 대출상환 압력을 받는 이들에게는 보유세 압박이 상당한 듯하다"고 말했다.
손지령 부동산써브 팀장은 "지난해에는 공시가격 발표 시점에 강남권 아파트 값이 상승세였기 때문에 종부세 회피 매물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대출규제에 따른 재건축아파트 하락세와 겹쳤기 때문에 값을 낮춘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