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최근 중국산 기생충알 김치와 말라카이트그린 생선 문제로 관련 산업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경제계가 소비자 단체소송이나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법률안의 제·개정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중기협, 전경련, 무역협회, 경총 등 경제5단체는 13일 국회 재경위, 보건복지위,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60명에게 단체소송 및 집단소송제 도입법안에 대한 공동건의서를 전달하고 국회입법과정에서 새 제도의 실익을 신중히 따져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우발적 사태나 검증하기 힘든 유해성 시비에 기업들이 휘말려 공신력있는 회사들도 한순간에 도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현재 한 시민단체 주도 하에 2003년초 발생한 인터넷대란에 대해 8000만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인터넷통신망업체 6개사를 상대로 진행 중.
만약 이 사건에 집단소송제가 적용될 경우 소송참가자는 현재의 1586명에서 국민 4명당 1명꼴인 1057만여명, 소송가액은 현재의 8000만원에서 5000여억원으로 급증했을 것이며, 승소여부에 따라 인터넷통신망업계의 대량부실사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경제계의 분석이다.
또 얼마전 법원은 2004년 3월 폭설로 인한 고속도로 마비사태로 고립됐던 피해자 566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30만∼5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도 집단소송방식으로 진행됐다면 도로공사는 당시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에게 총 8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된다.
경제계는 특히 유해성이 미검증된 사안에 대해서도 집단소송 제기에 이어 유해성 시비 공론화, 반품 및 생산중단, 관련업종 도산 등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업종은 물론 우량기업들도 하루아침에 파산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미국 다우코닝의 경우 실리콘 젤 사용의 안전성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당했고, 사후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유해성 논란 자체만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파산상태에 직면한 바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도 축산업계와 음식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우리의 사회풍토에서는 소송에 휘말리는 것만으로 기업의 생명은 끝날 수 있다”며 “지금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해도 충분히 다수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만큼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을 성급히 도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