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경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작년 12월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주식 등 금융투자 소득에 매기는 금투세는 폐지됐고, 가상자산(암호화폐) 차익에 대한 과세는 2027년으로 2년 미뤄졌다. 올 들어서도 여야는 상속세, 근로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을 놓고 ‘누가 더 많이 깎아주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상속세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를 아예 없애자고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이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한도를 높이려 하자 국민의힘은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카드를 꺼냈다.
선심성 감세의 목표는 단 하나, 표심을 잡는 데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 정국은 곧바로 대선 체제로 전환한다. 대선 유력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투세를 폐지하고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고 월급쟁이들의 근소세 부담을 덜어주는 게 다 선거전략에서 나왔다. 표에 민감하기는 집권 국민의힘도 오십보백보다.
정치권이 표에 목을 맬수록 나라 곳간은 텅 비어간다. 세수 펑크는 2023년 56조 4000억원, 2024년 30조 8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세수 결손 우려가 나온다. 이 마당에 민주당은 지난달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여야는 18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부에 이달 중 추경안을 제출하라고 재촉했다. 곳간이 비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적자가 쌓이면 국가 재정은 엉망이 된다.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라 했다. 감세도 좋지만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