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견제하려 틱톡 구제도 불사…中규제, 강력하되 신축적일 것"

윤종성 기자I 2024.11.14 05:00:00

[여한구 前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②
"미중 무역갈등, 전선 넓히며 수 십년 이어질 상수"
"앞으로 수 년간 中에 의존해 생긴 리스크 줄여야"
"美 경제와 기술 협력 통해 상호보완성 확대해야"
"美대통령은 관세 권한 가져…보편관세 실현될 것"

[이데일리 윤종성 경제전문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對中) 견제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처럼 일관되고 정교한 경제안보 조치보다는 사안에 따라 거래적으로 신축성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의 틱톡(Tiktok) 앱에 대해 허용 의지를 보인 것에서 짐작 가능합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
직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국 규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일치하지만, 세부 전략에선 다른 방향을 보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연방 의회는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인 스마트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지난 4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19일까지 틱톡의 미국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가 금지될 예정인데,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 의견을 내 주목된다. 트럼프도 대통령 재직 당시 틱톡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었지만, 지금은 입장을 바꾼 상태다. 트럼프가 자신의 계정을 차단했던 악연이 있는 메타(페이스북)와의 경쟁을 위해 중국 기업인 틱톡을 구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반적인 대중국 규제의 강경 기조는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봤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분열된 미국 정치환경 하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가 대중 강경책”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동맹국들의 화웨이 5G 장비 설치를 금지하도록 압박했던 것보다 대폭 강화된 디커플링(탈동조화) 조치를 들고 나올 수 있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 관세조치를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21세기 초반 패권국이었던 영국과 신흥국이었던 미국의 패권경쟁은 수 십여년 지속하다가, 미국이 헤게모니를 잡으면서 국제질서가 안정됐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은 패권경쟁의 큰 그림 하에서 핵심기술, 공급망 등으로 계속 전선을 넓히고 강도를 높여가며 수 십년 이어질 상수로 본다”고 부연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여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여년 중국과 긴밀한 무역투자 및 기술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던 상호보완적 관계는 이제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앞으로 수 년간은 중국에 과다의존하면 생긴 리스크를 줄이면서 역동적·혁신적인 미국 경제와 제조업, 기술 협력 등을 통해 상호보완성을 새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고 중국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할 수는 없다”며 “중국의 기술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우리가 앞서나가는 부분은 더 빨리 달아날 수 있도록 경주하는 한편, 중국에 추격당한 부분은 중국의 기술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실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의 관세 공약에 대해선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법제에는 국가안보나 긴급경제위기 상황 하에서는 의회 없이 대통령이 관세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소송이 붙을 수 있지만, 대법원도 대통령의 국가안보나 외교관계 관련된 정책 판단의 경우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10% 보편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있다”면서 “미국의 국제수지가 악화하자 서독, 일본 등의 환율절상을 위한 협상의 레버리지로 10% 보편관세를 매겼고, G10 국가들과 환율 협상을 시작해 결국 엔화의 17% 인상에 합의하면서 4개월 만에 보편관세를 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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