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의 전산 오류일 뿐, 접수된 주문만 단순히 전달하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는 피해 보상의 의무는 없지만, 자발적으로 피해 보상을 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버크셔해서웨이와 뉴스케일 파워 등 40여 종목 가격이 99%가량 폭락한 것으로 표기되는 전산오류가 발생했다. 이 때 일부 국내 투자자가 시장가에 주식 매수 주문을 냈다. 하지만 뉴욕거래소는 오류 수정을 위해 거래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면서 쌓여 있는 주문을 일제히 정상가로 체결시켰다. 체결 가격이 주문 때보다 수십 배나 급등하면서 투자자는 계좌 예수금을 훌쩍 넘는 ‘미수금 폭탄’을 맞았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가 시장가로 주문을 내면 그대로 뉴욕거래소에 전달해 거래를 체결하는 ‘시장가 매매 시스템’ 방식을 채택해 피해를 키웠다. 반면 다수의 증권사는 시장가 매매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는다. 하나증권은 ‘전략 주문’으로 현재가의 위아래 5% 범위 내에서만 주문이 체결되도록 해 뒀다. SK증권은 매도만 시장가로 매매할 수 있고, 매수는 불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가 매매 시스템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 증시는 상하한가가 없어 시장가 매매를 하게 되면 의도치 않은 거래가 발생하고, 투자자가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난처한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는 들어온 주문을 해당 거래소에 단순히 전달만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당시 전산 오류를 인지하고 바로 공지했고, 이후 일시적으로 주문 체결이 안 되게끔 거래를 막아뒀지만, 짧은 순간 시장가 거래가 체결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자발적으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피해액을 보전 처리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의 배상 책임은 없지만, 고객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내부 검토가 나왔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고객을 우선한다는 차원에서 현재 미수가 발생한 계좌를 파악하고, 투자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해당 피해 금액은 키움증권의 재무적으로 잡손실처리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거래 시스템에 대한 점검도 나선다. 미래에셋증권은 먼저 피해 규모를 파악해 투자자 보호가 이뤄진 다음 주문과 체결 방식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도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끔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개선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