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지속되지만 유턴기업 적어…첨단산업 선별 지원 필요
리쇼어링 정책의 핵심은 미·중 갈등이다.
세계적인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탈중국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중국에 신규진출한 법인 수는 87개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을 탈출한 기업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숫자 역시 저조하다는 점이다. 매년 스무 개 남짓한 기업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반해 국내 기업의 해외 신설법인 수는 2020년 2317개, 2021년 2238개, 2022년 2456개로 100배 이상 높다. 한국의 리쇼어링이 부진한 데에는 정책적 지원이 미진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경제·안보 측면에서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은 인건비도 비싸고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위주로 리쇼어링 정책을 집중해야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재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역외 전략을 적용해 우방국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중국 압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중국에서 생산하면 미국이나 유럽, 아세안 등의 지역에 수출이 어렵다는 논리를 개발하고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기업을 설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위치에 있는 일본의 경우 2006년 이후 2018년까지 7633개 기업이 해외에서 돌아왔다. 일본은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해 반도체나 희귀금속 등 주요 물자 공급망을 강화하고 나섰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대만도 컴퓨터, 전자제품 및 광학제품 등 20대 업종을 지정해 선별적으로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의 리쇼어링을 이끌었다.
정부 역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첨단 전략산업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 유턴 기업에 투자 금액의 50%까지 재정 지원을 해주는 정책을 만들었다. 첨단산업 투자로 10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마련했고 26조원 규모의 시설투자 자금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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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리쇼어링 추세에 맞춰 한국 기업들 역시 정부 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4개 리쇼어링 기업이 1조1089억원의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연간 투자예정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복잡한 행정절차와 정책의 불투명성 등이 기업들의 유턴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대만의 경우 한 해에 돌아오는 유턴 기업이 연평균 72곳인데 행정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등을 수령하는 자격을 갖추고 행정적 서류 증명을 하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라며 “행정절차 및 제도 간소화로 유턴 기업이 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는 데에만 최장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적 투명성도 요구된다. 리쇼어링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 이후 트럼프,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교체돼도 리쇼어링 정책은 주요 국정과제로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다.
정성훈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 기업 입장에서 어느 장단에 맞출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라며 “제도의 정책적인 투명성은 기업의 투자 결정에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