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은 ‘이번 선거는 조직력의 싸움’이라면서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단순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패배가 아니라 앞으로의 정치 판도의 바로미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강서구청장 선거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당과 후보가 있다. 정의당 권수정 후보(50)다. 서울시 시의원을 지냈고 서울시장에도 도전한 바 있는 그는 ‘젊은 정의당’ 안에서도 꽤 긴 정치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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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후보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이다. 그가 1995년 강서구에 터를 잡게 된 직접적인 이유다.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항공사 승무원들이 많이 산다. 김포공항은 강서구 화곡동 등의 고도를 낮췄지만 젊은 그들이 그곳에 터를 닦게 해줬다.
22일 권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의 상식은 과거 싸움의 결과다”고 얘기했다. 무슨 뜻일까. 지금 승무원들의 복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에야 승무원들이 바지를 입고 굽 낮은 구두를 신은 게 당연해 보인다. 30년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승무원은 기내 승객들을 돕는 주체이면서 상품 이미지와 같았다. 타이트한 치마에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보기 좋아서.’
1999년 권 후보는 저임금과 유니폼 강요, 성차별 등 항공사 내 낮은 노동인권에 관심을 가졌다. 그해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가입한 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싸움의 시작이었다. 동료들이 함께 했고 변화가 일었다. 근무하기 좀더 편한 복장을 승무원들이 입게 됐다. 승무원들의 바지와 낮은 굽 구두가 어느새 자연스러워졌고 당연해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눈물을 닦겠다”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서면서 내세운 제1 공약은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 구제’다.
화곡동, 등촌동 등 강서구 내 구도심에는 1인 청년가구,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많이 산다. 주목받지 못하는 임금 노동자들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화곡동 등 구도심에 빌라나 다가구 등 소규모 주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항공기가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항공기 소음보다도 치솟는 집값이 무서워 강서구로 온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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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나아간다면 세입자 권리 보호 차원까지 간다”면서 “구청장이 되면 후속조치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세제도에 대한 한계도 언급했다. 전세제도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주택임대 제도다. 사실상 세입자는 무담보로 집주인에게 목돈을 빌려주고 그 집에 산다. 보증보험 등 제도적 보호 장치가 있다고는 하나 온전히 법의 보호를 못받는다.
권 후보는 “제도 자체는 한계점이 도래한 것 같다”면서 “월세 제도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 그 기준선을 만들어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상품권 1000억원을 발행하겠다”
강서구에는 4만4000여명의 소상공인이 있다. 강서구가 이들의 삶의 터전인 셈. 권 후보는 “지역상품권 1000억원을 발행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비롯해 강서구 내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큰 인구 규모를 자랑함에도 지역상품권 규모 자체는 강남 지역의 절반 정도”라면서 “게다가 내년 전통시장과 관련된 지역상품권 예산은 0원이 됐다”고 말했다.
다가올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강서구 교통비 정책을 재정비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청소년 등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자전거 이용률을 높일 수 있게 자전거 도로도 재설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강서구를 위해 일할 선수로서 굉장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행정경험과 삶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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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조직력이 뒷받침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상대로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정당이 사력을 다해 이번 선거에 붙다보니 지역선거이면서 전국구 선거가 된 이상한 상황이 됐다. 강서구민들의 삶과 별개로 총선을 앞둔 두 정당의 총력전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권 후보는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여당 후보로 나와 있고, 고위 행정관료 출신이나 정치경험 하나 없는 사람이 야당 후보다”면서 “이들의 경쟁을 보면서 강서구민들은 ‘너무 싫다’ 얘기한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의 선거판이 되면서 구태가 반복되고 정치 혐오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사회가 좀더 나은 정치를 봤으면 좋겠다”면서 “정치인들이 자기 기득권과 특권을 위해 싸우고, 자기 공천권을 갖고 대리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된 국민 대변인들이 만나서 국민들의 삶을 빈틈없이 다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 마디 더했다. “선거철이 되면 제일 보기 싫은 모습이 있다”면서 “정치인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분식집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을 탐방하려는 태도가 다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 자체를 모르고 하는 감수성 없는 행동이라고 봤다. 실제 민생을 얘기하기 위해선느 그 생활 속에서 살아봐야한다는 점도 부연했다.
권 후보는 “이번 선거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결이 아니고, 검경 대리전도 아니다”면서 “함께 일하는 구청장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번만 시켜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