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 공작보고’를 발표하는 40여분 동안, 리커창 총리가 발표 중간 숨을 고를때마다 박수가 이어졌다. 거의 1분에 한 번 꼴이다. 이는 중국 각지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2900여명의 전국인민 대표들이 이제 떠나는 총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와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리커창 총리 재임 기간인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참으로 많은 성장을 경험했다.첫째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이다. 2012년 중국의 국민소득은 약 6000달러 수준이었지만 2019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겼다. 2021년 말 이미 1만2000달러를 훨씬 넘겼기 때문에 경제를 책임지는 리커창 총리는 재임 기간 국민소득을 정확히 2배 성장시킨 셈이다.
둘째 민간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을 통해 창업 열풍이 크게 일어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중창업 만중창신’은 리커창 총리가 2014년 9월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 포럼에 연사로 나서 언급한 슬로건으로, 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1978년 개혁개방 체제 하에서 생계형 자영업 형태의 창업은 있었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현대식 혁신형 창업은 2000년을 전후로 세계 인터넷 붐에 편승해 일어났다. 1998년 텐센트(Tencent), 1999년 알리바바(Alibaba), 2000년 바이두(Baidu) 순으로 설립돼 중국의 3대 플랫폼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첫 글자) 체계를 형성했다. 이후 1세대 플랫폼 창업자 BAT의 경험이 널리 알려지고, 때마침 나타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과 맞물려 공유 자동차 디디추싱, 공유 자전거 서비스 오포, 모바이크, 배달앱 메이퇀, 어러마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한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되고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 만중창신’을 선언했을 때 창업붐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수많은 중소 기업들이 쓰러지고,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투자가 줄었다. 혁신 기업들도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대중창업 시대의 창업 분위기는 중국 어디에도 없다. 정부 공작보고에서 발표한 올해 신규취업자 목표가 1200만명이다. 금년 대학생 졸업자만해도 1158만 명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않은 수준이다. 그래서 앞으로 5년 동안 중국 경제를 책임질 리창 신임 총리도 창업을 장려하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중국의 창업은 어디로 갈 것인가. 중국에 다시 한번 창업 붐은 도래할 수 있을까. 아니면 리커창 총리와 같이 떠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