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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성장률 1.7%로 대폭 낮춰…‘경기 한파’ 전망

김형욱 기자I 2022.11.25 07:25:08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 속 수출·투자 전망 어두워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춰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중반을 예상했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p) 하향 조정해 잠재성장률인 2%에도 못 미칠 것으로 봤다.

한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앞서 발표한 전망치 1.8%보다도 낮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금융연구원(1.7%),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2.0%),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 국제기구는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제시했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

한은은 내년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줄고, 하반기 4.9% 증가해 내년 전체 0.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내년 성장률 둔화는 주로 순수출 측면”이라며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내년 0.3%포인트까지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출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앞선 21일 우리 수출이 내년 연간으로 3.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이미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수출액이 전년대비 5.7% 줄며 2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이달 1~20일엔 전년대비 16.7% 줄며 감소 폭을 더 키웠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2.0%에서 내년 -3.1%로 부진이 확대되지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2.4%에서 -0.2%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상품수출 증가율은 올해 3.4%에서 내년 0.7%로 하락하고, 상품수입 역시 올해 5.8% 증가에서 내년 0.4% 증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수의 순성장 기여도는 올해 1.8%p에서 내년 1.4%p로,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0.8%p에서 0.3%p로 각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는 방역규제 완화 등에 따른 대면서비스업 회복 등으로 82만명에 달하겠지만, 내년에는 이같은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 둔화 영향이 나타나면서 9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8월 당시의 3.7%에서 이날 3.6%로 소폭 내렸지만 3%대 중반은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 4.2%에서 하반기 3.1%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3%대 물가 상승률은 올해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4.7%)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돈다.

한은은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며 내년 민간소비는 올해보다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 투자 수요가 위축돼 3.1% 감소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 역시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0.2%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 기업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한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10월(76)보다 1포인트 내린 75로, 2020년 12월(75)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향후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국내 금리 상승 등 요인으로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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