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채굴업체인 코어 사이언피틱은 회사의 월간 공시를 통해 “지난 6월 한 달동안에만 채굴한 비트코인 7202BTC를 평균 2만3000달러에 총 1억6700만달러(원화 약 2190억원)에 시장에서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양의 79%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비용이 채굴된 비트코인 가격을 상회하는 일이 벌어지자, 채굴업체들은 강세장 때 주문해 둔 신형 채굴장비 구입비용을 결제하고 부채를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크 레빗 코어 사이언티픽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최근 금융시장에서의 전반적인 하락세와 시장금리 상승, 역대급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채굴업도 엄청난 압박을 견뎌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7년 설립된 코어 사이언티픽은 총 18만개에 이르는 ASICs 장비용 서버를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 중 하나다. 현재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10%에 이르는 컴퓨팅 파워를 가진 업체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또다른 비트코인 채굴 상장사인 마라톤디지털홀딩스와 허트8마이닝 등은 아직까지 채굴 후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내다 팔진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코어 사이언티픽 이후 여타 업체들도 유동성 압박으로 인해 비트코인을 처분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캐나다 가상자산 채굴업체인 비트팜스 역시 지난달 채굴한 비트코인 중 절반 정도를 내다 팔았고, 라이엇 블록체인 역시 올 초 처음으로 채무 상환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 일부를 처분했다.
시장을 대표하는 분석가 중 하나인 윌 클레멘트 블록웨이브솔루션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높아진 채굴 난이도, 커진 전력비용 등으로 인해 채굴업체들의 이익 마진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는 추가적인 채굴업체들의 비트코인 매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점쳤다.
결국 채굴업체들의 보유 비트코인 매도가 늘어나면 시장에도 매물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자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전체 연산처리능력을 보여주는 해시레이트도 급락했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수익보다 비용이 더 늘어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채굴자들의 채굴 행위가 줄었다는 뜻으로, 비트코인 가격에도 추가적인 하락 압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