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핵, 부끄럽다 숨기다가 더 큰 병 된다

이순용 기자I 2021.08.28 08:27:24

치핵 환자 수 60만 명, 만져지거나 통증 있다면 빠른 치료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고온 다습한 여름철에는 항문 질환인 치핵에 노출되기 쉽다. 치핵은 발견 즉시 관리와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예민한 부위인 탓에 이를 숨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핵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존적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핵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61만 3,544명으로 2016년 54만 9,057명보다 약 11% 증가했다. 치핵 환자는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고루 발병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50대 남성 환자가 6만 2,592명으로 성별, 연령대 구분에서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치핵은 항문에 있는 정맥이 늘어나 바깥으로 점막이 늘어난 상태를 말한다. 치핵은 항문 외부에서 발생하는 외치핵과 항문 안쪽에서 발생하는 내치핵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외치핵은 항문 주위를 만졌을 때 손톱 크기의 덩어리가 만져지는 게 특징이며, 터지면 통증과 함께 출혈이 동반된다. 내치핵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아 병을 조기 진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내치핵은 병변의 진행 상황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다. 아직 항문 조직이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1도, 변을 볼 때 뭔가가 나오지만, 저절로 들어간다면 2도로 분류 할 수 있다. 저절로 들어가지 않아 손으로 넣어줘야 한다면 3도로 진단하고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면 4도로 본다. 1도와 2도는 보존적 치료를 통해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3도와 4도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높은 기온의 여름철에는 항문 주변의 혈관이 확장하면서 치핵 발생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치핵은 주로 항문 주변의 혈관 압력과 관련이 깊은데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는 습관은 치핵의 주요 발병 원인이 된다. 또, 여름철에는 탈수 현상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변비가 발생할 수 있는데 딱딱한 대변은 항문 주위의 압력을 높여 치핵을 유발 할 수 있다. 반대로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냉면 등 찬 음식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설사를 유발해 치핵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치핵 초기에는 비수술적 치료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내치핵이 외부로 나오지 않았거나 치핵으로 인해 대변을 볼 때 소량의 출혈이 관찰되는 정도라면 정맥혈류개선제를 통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좌욕 역시 치핵 초기에 효과가 있는 치료법으로 하루 3~5분씩 35~40도의 물로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꾸준히 해주는 게 좋다. 하지만 내치핵이 외부로 돌출돼 출혈을 동반하거나 항문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치핵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세란병원 외과 유선경 부장은 “여름철에는 통풍이 잘되는 속옷을 입는 게 좋으며 항문 위생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물은 하루에 2L 정도를 여러 번 나눠 수시로 마시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핵은 관리와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이 더 악화해 수술 치료가 불가피할 수 있다”며 “현대인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질환인 만큼 참고 숨기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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