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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 사법부 판단 부정하는 정치인들

이연호 기자I 2021.08.10 06:05: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올림픽이 끝났다. 여러 감동적인 장면들이 나왔다. 준결승부터 결승까지,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shoot off)의 압박감을 이겨 내고 3관왕을 차지한 양궁의 안산 선수. 깜짝 역영을 펼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수영의 황선우 선수. 대역전극을 펼치며 집념의 승리를 보여 준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계속된 풀세트 접전 끝에 4강에 오른 여자 배구 대표팀. 시종일관 긍정적인 모습으로 경기를 즐긴 끝에 육상 트랙 필드 최고 성적을 일궈 낸 우상혁 선수. 이름도 생소한 근대5종에서 불굴의 의지로 사상 최고 성적인 3~4위를 차지한 전웅태·정진화 선수.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이처럼 많은 명장면들이 시청자들의 심장 박동수를 높였지만, 필자의 마음에 유독 깊이 각인된 장면들은 사실 따로 있다.

바로 태권도의 이단비 선수와 유도의 조구함 선수의 모습이었다. 먼저 이단비 선수는 결승전에서 상대에 패했음에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상대 선수에게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 큰 무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고생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선수를 축하해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그 선수보다 부족한 점이 있으니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며 어른스러운 말까지 남겼다. 유도의 조구함 선수는 결승전에서 약 10분에 걸친 연장전 접전 끝에 석패해 아쉬움이 클 법했지만, 경기가 끝나고선 상대의 팔을 직접 들어 주면서 그의 승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 줬다.

필자는 경기가 끝난 후 이 같은 패자의 자세에 주목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광의 올림픽에서, 지나간 힘든 시간에 대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았을 때 그 누구보다 아쉬움이 클 테지만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고 매너 있는 태도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리더인 정치인들의 사법부 판결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사법부 판결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법부를 비판하기 일쑤다. 여야 가릴 것 없다. 야권 일각에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졌는데도 여전히 두 전직 대통령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권도 마찬가지다. 댓글 조작 혐의로 최근 유죄가 확정돼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된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는 “그렇게 외면 당한 진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수수 사건도 그렇다. 정치인 장관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 사건을 대대적인 감찰까지 벌여가며 한 전 총리에 면죄부를 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태도에서 더욱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은 이들은 다름 아닌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겨 그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됐으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이에 순응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재심을 청구했다는 얘긴 안 들린다. 그렇게 억울하면 재심을 청구하면 될 일이다. 사법부 판단을 정치적으로 뒤흔들며 이들이 얻을 이익이 뭔가. 국민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만 받을 뿐이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올림픽 선수들의 태도에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내는 바로 그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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