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는 데뷔와 동시에 전국을 강타했고, 94년 아모레의 남성화장품 ‘트윈엑스’는 김원준, 이병헌의 상의탈의한 모습의 멋진 TV광고로 X세대는 자유롭고, 새롭고, 도전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X세대는 2000년대 들어서도 소비 고급화의 주역으로 해외 럭셔리 제품, 외제 자동차 소비를 추구하고, 해외여행 활성화를 주도하는 등 뉴트렌드의 주축세대로서 대한민국 소비의 핵심으로 인정 받아 왔다.
그들이 20대였던 90년대에서 30여년이 지난 지금, X세대는 45~56세(65년~75년생 기준)로 사회에서 팀장 급 이상의 젊은 중년이 됐다. 20대의 도전정신을 지녔던 X세대는 이제 경제적 풍요로움까지 갖췄다. 여유로움과 자유분방함을 갖춘 이들이 요즘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도무지 MZ세대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MZ 세대들은 이 X세대들을 ‘라떼’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피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X세대의 X는 ‘부정적인 의미의 X’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90년대 생이 온다’에는 안타깝게도 90년대 생이 없다
X세대가 MZ세대와의 소통을 어려워한다는 것의 반증으로 2년전쯤 유행했던 ‘90년대 생이 온다’란 책의 열풍을 들수 있다. 아마 90년대 생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해해야 하는 그 윗세대들이 책을 읽어서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음과는 다르게, 역설적이게도 정작 90년대생은 그 책에 없다.
그들은 유튜브에 있고, 인스타그램에 있으며, 틱톡에 있다. 90년대 생들의 문법이 디지털인데,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꼰대 인증이다. X세대들이 그들을 이해하려면 책 한권으로 끝낼게 아니라, 그들의 놀이터인 소셜네트워크(SNS)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소통방식과 놀이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386세대가 X세대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것 처럼, X세대도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X세대들, 특히 잘 나갔던 그들은 본인들이 주역이었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그들의 방식을 MZ에게 주입하고 있다. 본인이 주역이 아님을 인정하는 순간, 본인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듯하다.
◇팔로워 200만명의 ’지석진‘, 그는 소통하는 법을 알고 있다
잘 알려진 연예인 지석진씨는 66년 생으로 현재 55세이다. X세대의 초창기 세대로서, 인기 예능 런닝맨에서는 왕코형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얼마전 유재석의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의 멤버 별루지로 발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시기에 정식 음반을 취임한 가수 출신이다.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무대에서 혹평을 받기 전, 지석진씨의 앨범 소개가 나오기도 한다. 우연의 일치로 데뷔앨범 중엔 ‘난 알아요’라는 곡도 있다.
그가 궁금했다. SNS채널의 구독자수는 깜짝 놀랄 정도다. 그의 유튜브 채널인 ’지편한 세상‘은 현재 구독자가 37만6000여명이고, 틱톡은 2M(200만명), 인스타그램 계정은 무려 266만8000여명의 팔로우를 기록중이다. 동일그룹 멤버 중 이슈성이 높았던 배우 이동휘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30만4000명쯤이니 가히 그 인기가 대단하다.
평상시 그의 컨텐츠는 부담없이 오버하지 않고,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재미있는 이슈를 꺼내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는 1주일에 2~3회씩 정기적으로 컨텐츠를 올리고, 채널별로 다른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단순히 컨텐츠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댓글에도 정성스레 답변을 달고 소통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강화한다.
지석진씨의 SNS 소통역량은 X세대들이 ‘노력해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그의 MSG워너비 발탁은 김태호 MBC 프로듀서(PD)의 치열한 고민이 낳은 ‘신의 한수’였다. 조금 오버하면 지석진의 별루지는 MSG워너비의 인기의 배경이다. 정말 그는 알고 있었다.
◇가전제품 광고 BGM에 ‘컴백홈’이?…서태지, 그도 바뀐다
집에서 청소를 하다 무심코 흘러나오는 ‘컴백홈’ 노래에 눈길이 절로 TV에 꽂혔다. 태지매니아인 나로선 삼성전자 가전제품 광고 BGM으로 그의 노래를 들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 서태지의 노래를 가전제품 광고에 쓸 수가 있을까. 이 기획을 서태지가 승인하다니…
서태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존 권위에 불순응과 본인의 창작물에 대한 과잉 보호다. 그는 신비주의와 더불어 음원조차도 쉽게 사용을 승인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백번 양보해 코로나19가 바꿔버린 라이프스타일을 노래 속 가사인 ‘인 더 플레이스 투 비(IN THE PLACE TO BE)’로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삶과 가전이 맞 닿아있다는 취지로 승락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존의 서태지의 대중문화 대화법과는 다르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인정하고, 본인의 음악을 이제는 본인 의도가 아닌 대중이 해석하게끔 만들고 싶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고 있는가는 마케터의 최대 고민이 돼야한다.
트윈엑스 광고를 기획했던 동방기획의 한 담당자는 미지의 X세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미지의 집단. 기성세대를 거부하며 그들과는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신세대. 우리는 한마디로 골치 아프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 집단을 미지의 ‘X’, 거부의 ‘X’의 의미를 부여, ‘X세대’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X세대가 부정의 X가 아닌 미지의 X로 거듭나려면 보다 고차원적으로 소통할수 있는 노력을 과거방식이 아닌 ‘디지털’에서 해야 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