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냄새에 취한다…취두부<21>

전재욱 기자I 2020.12.26 09:00:00

상한 두부 발효시켜 먹기 시작한 취두부
발효 과정 발생하는 화학물질이 악취 원인
유산균, 비타민 풍부한 중화권 길거리음식 대명사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취두부(사진=위키백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중국 음식 ‘취두부’는 이름부터 냄새가 풍긴다. 냄새 취(臭)를 접두어로 콩 두(豆)와 썩을 부(腐)를 합쳐졌다. (일반 두부도 같은 한자를 쓰기는 한다.) 냄새를 넘어 악취를 풍긴다고 해서, 수르스트뢰밍과 두리안 등과 견주어 언급되는 식품이다.

본래 먹기 어려운 걸 먹으려고 만든 음식이다. 기원은 여럿이다. 명나라 백성이 주린 배를 채우려고 상한 두부를 튀겨먹었는데, 그가 훗날 황제에 오른 주원장이었다고 한다. 군인들에게 이 음식을 나눠주면서 전역에서 먹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설화로는, 청나라 시기 두부장사가 상한 두부를 버리기 아까워서 먹을 궁리하다 만든 게 취두부라고 한다. 과거에 떨어지고 고향에 돌아갈 낯이 없어서 객지에서 두부가게를 열었는데, 여름에 두부가 상해버리는 바람에 문을 닫을 처지였다. 볕에 말린 상한 두부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켰더니 먹을 만하게 탈바꿈했고, 이걸 기반으로 가게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당시 두부장수 이름에서 따온 ‘왕쯔허’(王致和)는 중국의 발효식품 브랜드가 됐다.

설화는 갈리지만 상한 두부에서 비롯한 점에서는 한가지다. 우연히 먹기 시작한 취두부는 현재에 와서는 공정에 맞춰 제조한다. 소금에 절인 두부를 석회 절임액에 12시간 안팎으로 절여서 숙성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취두부의 냄새가 생성된다. 정체는 발효하면서 나오는 화학물질 황화수소다. 악취의 원인이다. 공교롭게 두부에 풍부한 단백질은 분해되면서 아미노산을 만드는데, 고소한 맛에 가깝다. 냄새는 나는데 고소한 맛이 더해진 음식이 취두부다.

취두부의 효능(문화방송 유튜브 캡쳐)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쪄먹거나 데쳐 먹거나, 생으로 먹는다. 가장 흔한 방식은 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튀긴 취두부는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다. 이렇게 먹으면 ‘겉바속촉’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유산균과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한다.

악취가 나는 취두부의 특성을 악용하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순전히 썩은 두부를 취두부로 속이거나, 악취를 내려고 해로운 물질을 쏟아부은 불량 식품도 취두부로 둔갑해 판매하는 사례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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