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증시를 이끌어왔던 유동성과 경기부양책 모멘텀은 사라졌다. 주가 하락에 과감한 매수세로 증시를 떠받치던 개인투자자들도 뜨뜨미지근하다. 추석 연휴로 3거래일간 휴장하는 데다 이 기간 동안 미국 TV 대선 토론,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이 예정돼 있어 불안감을 안고 사느니 미리 포지션을 정리하자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모멘텀은 사라졌고 불확실성은 커졌다. 한편에선 내달 3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포지션 재분배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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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코스닥, 코로나 반등장 이후 최대 폭락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주(9월 21~25일) 5.5% 하락했고 코스닥은 9.1%나 급락했다.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폭락했다 반등하는 6개월의 과정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주간 단위)를 보였다. 코스피, 코스닥은 연 고점 대비 각각 7.3%, 10.7% 하락한 것이다. 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만큼 약세장(20% 하락)보다는 조정장에 가깝단 평가다. 국내 증시보다 더 일찍 하락 조정을 겪었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지수가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증시가 하락 조정을 겪었으나 다시 상승세를 이끌 만한 모멘텀은 사라진 상태다.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했으나 추가 유동성을 내놓기보단 재정정책 보완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29일(현지시간) TV 대선 토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한다. 정치적 갈등에 사실상 5차 경기부양책이 연내 합의될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하락은 마치 ‘공짜 점심’처럼 느껴졌던 정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글로벌 주요 성장주의 이벤트가 소멸됐기 때문”이라며 “8~9월 급등을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바이오·배터리 주식 주가 조정, 증시 자금 유입 둔화 등은 시장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징표로 해석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 실적 가치주株로 포트폴리오 재조정하나
증시 버팀목이 됐던 개인투자자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7~10%대 하락했음에도 코스피에선 1조7000억원, 코스닥에선 8500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지난 달 20일,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기관 매도에 2%대 급락하자 이날 하루에만 1조원 넘는 매수세를 보인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추석 연휴가 길게 이어지고 미국 대선 정국 불확실성이 커진 터라 포지션을 미리 정리하려는 심리도 커졌단 분석이다. 추석 연휴 기간 때 우리나라 9월 수출입 지표, 미국의 9월 제조업 지수와 고용지표 등이 발표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휴를 앞두고선 매도가 우세한 경향이 있다”며 “장이 쉬다 보니 `기간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이후엔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는 만큼 주식 투자 포지션을 재조정하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주에 포트폴리오가 쏠려 있다면 실적이 개선되는 가치주로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는 얘기다.
오태동 팀장은 “8~9월 고점을 뚫기가 쉽지 않아졌다. 증시는 미국 대선 이벤트를 소화하고 경기회복 시그널을 기다릴 것”이라며 “코스피는 2200~2450선 박스권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권 상단에선 성장주를 줄이고 가치주를 확대하고, 하단에선 반대로 성장주를 늘리고 가치주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가치주 중에서도 반도체, 자동차처럼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성장주 중에선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온라인플랫폼 업체 등은 주가가 고점 대비 15~16% 가량 하락한 데다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석 이후 시장의 초점은 대외 불확실성에서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3분기 실적 기대감이 큰 만큼 꼬였던 실타래를 풀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 추정 코스피 3분기 영업이익(170개 상장사)은 36조원대로 2년 만에 전년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자동차,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2차 전지 등은 내년 순이익 추정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이번 조정이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