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M&A]'자금난 구원투수' 두산솔루스에 쏠리는 눈

김성훈 기자I 2020.04.18 07:30:00

솔루스, 유동성 위기 두산 첫 매물 등판
두산솔루스 지분 51% 가치로 1兆 책정
업계 “성장성 높지만 가격 너무 높아”
솔루스 미래가치 얼마로 두느냐 '핵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두산그룹이 코로나19로 주춤하던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을 달구고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원을 지원받는 대신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속속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데요.

벌써부터 아파트 브랜드 ‘위브’로 유명한 두산(000150)건설은 물론 모트롤(유압기기)과 산업차량(지게차) 사업부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에서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042670)두산밥캣(241560)을 떼어내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서울 중구에 자리한 두산타워 전경(사진=연합뉴스)
계열사들이 두산그룹 품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은 현재 처한 자금난과 맞닿아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약 4조2000억원. 이 가운데 6000억원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입니다. 중공업 지키기에 나선 두산그룹으로서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1조원 이상의 자금 마련을 하루바삐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떠오른 매물은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던 두산솔루스(336370)입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배터리 소재인 동박·전지박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솔루스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두산솔루스의 매출액이 지난해 2633억원에서 오는 2024년 1조420억원으로 5년 새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82억원에서 1625억원으로 4.25배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고객사 근접성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두산솔루스 인수로 몸집을 키우려는 삼성이나 SK, LG 등 대기업은 물론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도 가파른 실적 개선을 발판 삼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지분 51%(경영권 포함) 매각을 검토하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1조원 안팎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알려진 밸류에이션 범위(6000억~8000억원)를 최대 4000억원 웃도는 수준으로 시가총액(17일 기준 9880억원)마저 넘어선 금액인데요. 채권단이 요구하는 1조원 이상의 자금 마련을 솔루스 경영권 매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시장에서는 사뭇 놀라는 반응입니다.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적정 범위를 넘어선 밸류에이션 산정이 매각 협상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데요. 두산솔루스 매각전이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당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져야 인수전도 탄력을 받는 데 (매각 측이) 가격을 계속 올린다면 매각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매각 절차에 대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너무 높게 잡은 측면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원매자들이 두산솔루스에 대한 미래가치를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매각전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버페이로 보이더라도 미래의 가능성을 통 크게 베팅하느냐, 아니면 냉철한 분석 아래 계산한 범위를 벗어날 경우 미련없이 손을 떼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솔루스 인수로 시장에서의 입지가 달라질 여지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결국 미래의 잠재가치를 얼마로 책정하고 투자하느냐가 매각전 핵심이다”고 말했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그룹의 첫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이어질 매각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서울 중구에 자리한 두산타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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