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마크로젠 회장(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코로나19 펜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조기에 차단하려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못지않게 이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회장은 공항이나 대형 병원, 대단지 아파트 등 인구밀집 지역의 하수구 샘플을 통해 바이러스 성분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바이러스에 전염된 환자가 세수나 목욕, 또는 대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바이러스가 하수구에 모이는 원리에서 착안한 방법이다. 이 하수구 샘플을 분석하면 어떤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퍼져있는지를 사전에 알수 있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기 대응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회장은 특히 이 시스템을 가동하게 되면 환자가 전염병에 감염돼 증상을 보이기 10여 일 전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돼 있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염병 환자가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개 감염한 지 2주가량 지나서부터인데 이때는 이미 조기대응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서 회장은 “이미 이러한 형태의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네덜란드 국립 공공건강 및 환경 연구소는 네덜란드 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불과 4일 만에 스키폴 공항의 하수구 샘플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 조기경보시스템을 12개 전국 주요 도시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는 환자까지 포함해서 인구의 어느 정도가 전염병에 감염됐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전염병 증상을 기준으로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의료시스템은 자칫 감염자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빙산의 일각’만 확인하는 우를 범할 수 도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지 여부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조기경보시스템의 강점으로 꼽힌다.
서 회장은 한국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세계 주요국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데는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큰 피해를 입은 메르스 사태와 중국 미세먼지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대형 유행병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병원 의료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중국 미세먼지 영향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환경이 미리 마련돼 있었다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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