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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가장 주목을 받았던 지표는 바로 매주 발표되는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가 어느정도의 깊이로 이뤄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인 탓이다.
그런데 이 지표를 보면 실업자수가 이번주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넷째주(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665만건이다. 이는 전주(328만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단 2주 만에 1000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65만건까지 늘어난 바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시장이 빠른 기간 내에 여느 때보다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4월 말이면 실업자 수가 2000만명을 넘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실업률이 32.1%까지 오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대공황 당시 실업률이 25.6%까지 상승했는데, 지금 속도로 보면 이미 대공황 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이번주 실업자 수가 역대급 수치를 갈아치웠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되레 올랐다. 그동안 폭락을 지속했던 유가가 상승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이 퍼진 까닭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실업자수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결국 이 경기충격을 정부와 중앙은행이 얼마나 상쇄시켜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전까지 정부와 중앙은행 지원으로 버티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갈림길에 와 있다”며 “미국 실업률이 30% 고착화될 경우 현재 준비 중인 것을 포함 총 4조 달러의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영화 빅쇼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미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데에 큰 돈을 건 두 남자가 거래를 성사시키고 신이 나 춤을 추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거래를 도와준 남자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이 베팅이 맞다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자금도 잃고 연금도 잃는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숫자 뒤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수많은 실업자들의 고통을 지표는 다 표현해 내지 못한다. 그저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 될 뿐.
그런 고통의 지표를 시장참가자들은 매주 마주해야 한다. 매주 폭증하는 실업자 지표에 둔감해지기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