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른 나라 사정을 말하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고용 상황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 수석은 “고용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있다. 올해 상황은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여러 정책의 성과가 배경이 되고 있다”면서 취업자 수 증가 현황을 열거하기도 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가 월평균 9만 7000명이었는 데 비해 올해는 2월 26만명, 3월 25만명, 4월 17만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현실을 무시한 억지에 가깝다. 지난 4월 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가장 많은 124만명에 달했고, 청년 체감실업률이 25%가 넘었다는 최악의 고용통계가 나온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우리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조업 일자리는 13개월 연속 감소했고, 30대와 40대 취업자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9만명, 18만 7000명씩 줄면서 동반 마이너스 행진을 19개월째 이어가는 중이다. 청년실업률(11.5%)도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취업자가 늘어났다고 해도 과거 정부 때 통상 30만명을 넘어섰던 데 비하면 크게 뒤진다. 늘어난 일자리의 질도 좋지 않다. 공공 일자리 공급으로 인해 주당 17시간 미만 일자리가 지난달 36만 2000명 늘어나면서 1982년 이후 최대로 나타났다. 초등생 등·하교길 돕기 같이 세금으로 만든 노인 알바가 상당수였다. 청년층 고용 전망에 있어서는 더욱 어둡다, 20대 취업준비생 중에서도 “그냥 쉬었다”는 응답층이 1년 전보다 18%나 늘면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했고, 정 수석은 고용 상황을 낙관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앞으로 실업자가 증가할 것”(53%)이라는 답변이 ‘감소’(16%)의 3배를 넘어선 것이 단적인 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인식을 확 바꾸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고용참사를 외면한 채 아무리 희망사항을 늘어놓아도 쌓이는 건 한숨과 고통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