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 한 해가 저물고 있는 가운데 의인(義人)들이 베푼 선행과 그 선행이 준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불길 속에서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소방관과 시민들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후에도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준 20살 청년까지 의인들이 베푼 선행은 사회적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고(故) 김신형(29) 소방장과 고(故) 김은영(30) 소방사, 고(故) 문새미(23) 소방사는 지난 3월 충남 아산시 둔포면 국도 43호선에 ‘풀린 개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활동을 벌이다 25t 화물차의 추돌로 밀린 소방차에 치여 순직했다. 당시 김신형 소방장은 결혼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었고 김은영·문새미 소방사는 이제 막 신입소방교육을 마치고 실무수습 중인 소방교육생 신분이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5월에는 배우 박재홍(30)씨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의식을 잃은 20대 남성을 들쳐 업고 1층까지 뛰어내려 구조했다.
2020년 3월 전역을 앞둔 김용우(51) 해군 중령은 지난 7월 한강에 빠진 여성을 150m가량을 수영해 구조해냈다. 그는 LG복지재단의 ‘LG 의인상’과 에쓰오일의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았지만 상금 2000만원을 모두 기부했다.
지난 10월에는 고(故) 김선웅(20)군이 제주시에서 손수레를 끌던 할머니를 돕는 선행을 베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뒤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같은 달 강원도 홍천 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안전모가 녹아내리는 열기 속에서 홍천소방서 김인수(55) 소방위를 비롯한 소방대원 6명은 활활 타오르는 4층 빌라에 뛰어들어 이불 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3살 아이를 구조했다. 이들 역시 LG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6000만원을 전액 강원소방장학회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전남 고창군에 사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유동운(35)씨가 불타는 차량으로부터 운전자를 구조해 화제가 됐다.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의인도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춘선(77)씨는 고철을 주워 판 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25년째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매년 연간 10㎏짜리 쌀포대 124포(300여만원 상당)를 주안3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김씨가 25년 동안 기부한 쌀은 2000포대를 넘는다. 김씨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삶의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