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르포] ‘접경’ 파주서 “이재명이 더 가능성” vs “남경필 또 밀겠다”

이윤화 기자I 2018.05.26 06:00:00

파주 바닥 민심 들어보니
“‘민주당 지지자’ 말도 못했는데…1년 만에 분위기 바뀌어”
젊은층선 “한국당 싫어…투표한다면 이재명”
시장상인들, 후보 등록 후 달려간 남경필에 “‘경제도지사’ 이미지 좋아”
네거티브 공방엔 모두가 ‘눈살’ 찌푸려

30일 오전 6·13지방선거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파주=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파주 문산이 북한 접경지역 아닙니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여기서 민주당 지지자는 말도 못 꺼냈지. 대놓고 ‘왜 혼자만 다른 쪽이냐’고 면박 당하던 시절이었다니까. 그런데 국정농단이며 촛불집회며 그 뒤로 여기 민심도 많이 바뀌었지.”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자유시장에서 만난 차경진 상인회 부회장은 ‘무조건 보수당’이던 파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가 이날 오전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이곳 파주였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보수표를 휩쓸던 과거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파주는 접경지역 특성상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통했지만 운정신도시개발로 20~30대의 청장층이 유입됐다. 여기에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까지 터지면서 지난 대선 당시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이겼다.

이 여파가 이번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뛰는 남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었다.

◇ 젊은층선 “이재명이 더 가능성…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나아”

시장 초입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남성 김모 씨는 “남경필 지사보다는 아무래도 현재 집권 여당 파워를 등에 업은 이재명 시장이 정책 추진력이 더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30대 주부 신모 씨 역시 “이재명 시장이 더 가능성 있다고 본다. 남경필 지사는 이미 한번 도지사 경험이 있지 않느냐. 한 번 더 하는 것보다는 이재명 시장이 이번에 되는 게 맞다”면서 “여론조사로도 남 지사는 많이 뒤쳐져 있잖나”라고 했다.

지방선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한 청년층에선 한국당에 대한 기피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20대는 이날 시장을 돌던 남 지사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대학생 이경민(23,남)씨는 “지방선거에 관심 없다. 투표하지 않을 것이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이재명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싫다”고 잘라 말했다.

남경필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가 24일 문산자유시장 상인들과 사진 찍고 있다.(사진=남경필 후보 캠프 제공)
◇ 상인 일부는 “남경필 한 번 더… 죽어가는 시장 살려달라”

남 후보는 이날 시장을 찾아 좌판을 벌인 야채상인부터 만나 식당, 미용실 등 건물 2층~3층까지 훑었다. 상인들은 “시장 상권이 좋지 않은데 남 지사께서 좀 살려 달라”고 요청했고, 남 후보는 “제가 시장 경제를 살리겠다”며 ‘경제도지사’ 이미지를 강조했다.

시장에서 30년 넘게 신발가게를 운영해 온 박상숙(67, 여)씨는 “무조건 남 지사님이 돼야 한다”면서 “주변에 마트가 너무 많아 시장 상권이 죽어가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후로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화진역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문여진(78, 여)씨도 “여론조사로는 지금까지는 이재명 시장이 유리할 것 같은데 나는 남 지사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간다”며 “남 지사는 당을 떠나서 사람 이미지가 온화하고, 또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도지사라는 이미지가 좋다”고 밝혔다.

파주시산림조합 이사인 김금자 씨 역시 “남 지사 실제로 보니까 너무 좋다. 남 지사가 두 번째 출마 아니냐”면서 “우리는 남경필을 밀겠습니다! 남 지사 적극 지지합니다. 이재명은 물러가라! 남경필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초반 네거티브 공방엔 입 모아 “정책 안 보인다” 일침

이 후보와 남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설전을 주고받으며 네거티브 공세에 몰두하는 모습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남 후보가 이 후보의 ‘일베 가입설’과 ‘형수 욕설’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작된 기싸움은 남 후보의 지사 시절 경기도정 평가까지 번지며 난타전으로 가는 양상이다. 이 후보가 남 후보의 ‘경기도 채무제로’ 공약은 거짓말이라고 공세를 펴자 한국당에선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측 캠프는 이후 계속해서 반박과 재반박 입장문, 보도자료를 통해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후보가 서로 헐뜯느라 도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민들의 일침이었다. 남 후보가 시장 내 한 국수집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순간 붉은색 점퍼에 썬그라스를 낀 60대 남성은 남 후보에게 다가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소리쳤다. 민주당 지지자라는 김기문(62) 씨는 “남 지사님 좋게 봤는데 상대 후보 개인사를 그렇게 들추면 쓰냐”고 물었다. 남 후보는 “(녹음 파일) 들어보셨냐”면서 “저도 파일 듣기 전엔 안 그랬는데 이건 개인사가 아니라 도지사 후보의 인격 검증과 관련된 문제”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씨처럼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다. 30대 초반 이모 씨는 남편과 함께 아기 양말을 고르다가 남 지사가 지나가자 “이재명 시장이랑 만날 설전하는 사람 아니야, 저 사람?”라며 “매번 그렇지만 이번 선거도 설전만 있고 정책은 실종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지난 18일~20일 실시한 경기지사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3.3%로, 남경필 후보(21.1%)를 32.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달 9~10일 실시한 중앙일보 조사 결과(이재명 58.5%, 남경필 17.6%, 40.9%포인트 차)와 비교하면 후보간 격차가 8%포인트 이상 좁혀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