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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목 무조건 뜹니다"…주가조작 증권방송전문가 등 4명 구속

노희준 기자I 2018.01.14 09:00:00

증권 전문가 매수, 추총세력으로 주가 띄우기
특정종목 추천 22억 시세차익, 500여명 피해
'상장회사→브로커→방송 전문가' 구조적 비리

(자료=남부지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저 모르십니까. 증권가 ‘00지존’입니다. 이 종목 무조건 뜨니 빨리 투자하세요.”

증권방송 전문가를 매수해 주가 띄우기로 22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챙긴 코스닥 경영진 등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주가조작 탓에 개미 투자자 500여 명이 손해를 입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문성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인위적 주가 부양을 의뢰한 코스닥 상장사 A사 대주주 장모씨(34)와 B사 부회장 진모씨(52), 주가조작 브로커 왕모씨(51), 증권방송 전문가 김모씨(22)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10월경 브로커 왕씨에게 5억원을 주고 증권방송 전문가 김씨를 통해 A사 주가를 조작하도록 지시해 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자본시장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리딩(Leading)’으로 불리는 수법을 썼다. 증권 전문가 등 영향력 있는 인사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와 매도시점까지 정해 매수 추천을 하면 추종세력(회원)이 일사불란하게 매매에 나서며 주가를 띄우는 식이다. 특히 리딩은 유통량이 적은 종목의 주가 조작에 악용되고 있다.

이들은 리딩으로 지난해 10월 20일 5110원이었던 A사 주가를 지난해 12월 4일 1만6900원까지 3배 넘게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증권방송 전문가 김씨는 사례비 명목으로 2억원을 챙겼다. 김씨는 보유한 수백명의 증권방송 회원을 상대로 방송과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해 특정 종목의 매수추천을 했다.주가조작 브로커 왕씨는 수수료로 5억원을 받았다.

김씨가 주가조작에 나선 기업은 A사뿐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코스닥 상장사 B사 부회장 진씨 역시 왕씨를 통해 김씨에게 주가조작을 부탁했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7월 24일 1040원이던 B사 주가를 지난해 9월27일 1480원까지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김씨는 주가 조작 사례비로 3500만원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00지존’이라는 방송명으로 8개 인터넷 증권방송에 출연했고 회원 수만 700~800명에 달했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터넷 증권방송사에 TM(텔레마케터)로 입사해 4개월 만에 증권방송 전문가 행세를 했다. 김씨는 파급력이 큰 케이블TV 증권방송의 고정 출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가조작 관련 정보를 담당 PD에게 제공했다.

문성인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으로 주식 시장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상장회사 → 브로커 → 증권방송 전문가’로 이어지는 증권방송 업계의 구조적 비리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현행법상 인터넷 증권방송은 물론 케이블TV 증권방송도 출연하는 증권방송 전문가의 자격 요건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리딩은 그 자체로 주가조작의 한 행태로 평가될 소지가 있어 금융감독원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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