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사 한 관계자는 “올해 유통 격전지는 ‘리빙’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주거용품 시장이 새 돌파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리빙전문관이 대거 늘어난 상황으로, 올해 ‘리빙 대전’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패션은 갔다…‘리빙’에 힘 싣는 유통가
국내 유통산업의 핵심은 패션이다. 다만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4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전통적인 주요 패션 채널인 백화점의 패션 매출 비중은 2012년 78.6%에서 2017년 3분기에 70%대까지 하락했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입을 것’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얘기다.
돋보이는 건 리빙(주거용품 부문)의 성장세다. 특히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소품을 아우르는 홈퍼니싱 시장이 매섭게 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약 7조원 수준이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8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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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지난 3일 5300㎡(1600평) 규모의 초대형 리빙관을 천호점에 선뵀다. 현대백화점 15개 전 점포의 리빙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천호점 리빙관에는 가전, 가구, 홈 인테리어 등 리빙 전 분야에 걸쳐 브랜드 100개가 입점했다. 오는 3월 오픈 예정인 천호점 9층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 유명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의 ‘포터리반’과 ‘포터리반 키즈’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 미국의 최대 리빙 브랜드인 윌리엄스 소노마와 독점계약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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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달 22일 국내 쇼핑몰 최대 규모의 홈퍼니싱 전문관을 열었다. 아이파크몰 리빙파크 4층과 6층, 7층에 리뉴얼 오픈하는 ‘홈퍼니싱 편집숍’은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을 테마로 명품과 혼수, 1인 가구, 키즈, 인테리어 생활용품, 식기 등을 총 망라한다. 오는 2월 5층에 한샘 디자인파크가 문을 열면 아이파크몰 4~7층이 모두 리빙관으로 꾸려지는 셈이다.
◇ 국민소득 ‘3만 달러’ 코앞…“리빙시장 성장 가속화”
리빙 상품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유통사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일례로 리빙 브랜드 ‘자주(JAJU)’를 운영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생활용품사업 영업이익률은 2012년 2.7%에서 지난해 7.5%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돈이 되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마트 자체브랜드 ‘자연주의’를 ‘자주’로 리뉴얼한 뒤 품목확대, 매장면적 확대 등을 통해 생활용품사업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왔다”며 “특히 생활용품사업은 높은 영업이익률에 힘입어 앞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책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유통사들은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면, 국내 리빙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NI는 약 2만7500달러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을 목전에 둔 가운데, 유통사들도 리빙 부문 강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혜연 현대백화점 리빙콘텐츠팀 파트장은 “패션은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에 비하면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등은 아직도 미개척 지대”라며 “경제가 발전하면 사람들의 관심사가 점차 넓어진다. 앞으로는 집의 작은 소품부터 침대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관련한 브랜드가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