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본부장 4명 중 3명 자리비워, 3곳 군단장도 공석
지난 8일 대장 진급 및 보직 인사에 따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지휘부가 대거 공석이 됐다. 지난 11일 김용우 신임 육군참모총장(육사39기)의 취임으로 그가 근무했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자리가 비어있다. 이왕근 신임 공군참모총장(공사31기) 자리였던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역시 마찬가지다.
후배의 육군참모총장 취임으로 옷을 벗어야 할 처지가 된 현(現) 합참 작전본부장은 인사 직후 휴가를 떠났다. 안보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주에 4명의 합참 본부장 중 국방정보본부장만 자리를 지켰다. 지난 9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과 이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군사적 조치 가능성으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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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군단장과 수도군단장도 동기의 육군참모총장 취임으로 전역 예정이다. 육군 사단급 부대의 경우에도 12명의 지휘관이 임기를 넘겨 근무하고 있는 상황. 임무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박찬주 육군 대장 부부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의 실질적 책임 조직인 육군본부의 경우에는 후배의 육군참모총장 취임으로 육군참모차장이 휴가를 떠났다.
◇진급 배제된 장군들, 후배 지휘받아야 할 처지
정부가 후속 장군 인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2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때문이다. 훈련이 종료되는 이달 말께 중장급 이하 장군 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파격 인사로 14명에 달하는 3·4성 장군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인데 후속 인사를 단행하지 않아 이들의 전역을 늦추는 것은 군 기강을 흔들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의 특성을 감안할 때 후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영’(令)이 서겠냐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장관 주관의 전군지휘관 회의와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 등을 통해 지휘관 교체 시기 엄정한 지휘체계 확립과 정신적 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교체 예정인 지휘관 입장에선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안그래도 늦어진 군 인사가 예상을 벗어나 파격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혼란스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방부 고위공무원은 휴가중
국방정책 조직인 국방부 역시 어수선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장급 고위공무원들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고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송영무 장관 취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장관과 이전 정부 고위공무원 간 ‘불완전한 동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5명의 국방부 실장 중 3명이 자리를 비웠다. 국방정책실장 자리는 사드 발사대 보고 누락의 책임을 지고 전임자가 물러남에 따라 현역 장군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 인사복지실장과 군구조·국방운영개혁추진실장은 휴가 중이다. 이에 따라 1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괌 도발 위협 관련 국회 현안보고에 기획조정실장과 전력자원관리실장만 배석했다. 안보 우려가 심화하면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휴가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휴가를 정상적으로 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국방장관의 경우 14일 아침 휴가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