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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예상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선거기간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트럼프가 전면에 내건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적잖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강조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은 선거기간 때보다 오히려 더 노골적이었다. 미국인을 위한 정책만을 펴겠다는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일자리를, 국경을, 부를, 꿈을 되찾겠다”며 “내 단순한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이 순간부터 미국이 우선이 될 것”이라며 “무역과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부화 힘, 자신감을 잃었다”며 “다른 나라들이 위 제품을 만들고 우리기업을 훔치고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해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나 멕시코 외에 우리나라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후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6대 국정기조의 마지막 항목으로 ‘엄격하고 공정한’ 무역협정을 강조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당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가 가시권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미FTA’를 콕 꼬집어 재협상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슈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나 기존 무역협정 위반사례를 조사해 정부 차원에서 단호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역협정을 위반하고, 그 추진 과정에서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국가들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 트럼프 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반덤핑관세 등 수입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수출업계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FTA 재협상보다 부담이 덜하면서 효과가 큰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같이 끌려들어가거나 한국을 ‘시범타’격으로 먼저 지정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현재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이지만,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등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의 2개 요건에 충족한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조건만 해당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우리가 희생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된다.
◇‘예상대로 였다’ 긴장속 주시하는 당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정부 당국자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정책을 실현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해 긴장감 속에 주시하고 있다.
일단 트럼프 정부 인사에 대한 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접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제금융·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전직 고위관료 출신 인물을 특임대사로 임명해 가교역할을 주는 카드도 검토 중이다. 이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 등을 열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상황 시 적극적인 안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트럼프 정부는 예상대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FTA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나리오에 따른 비상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