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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음악가로서 홀세일(도매)을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과 나누는 것이 뮤지션의 소명이죠. 믿고 있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거나 미션을 나누는 일도 다르지 않아요.”
스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8)이 4년 만에 신보를 냈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정규 솔로 8집 ‘브리티시 비올라’다. 이번 앨범에는 전작에선 들을 수 없던 비올라협주곡을 처음 수록했고 윌리엄 월튼, 프랭크 브리지, 요크 보언, 벤저민 브리튼 등 20세기 영국 작곡가의 비올라 곡으로만 채웠다.
최근 서울 종로구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용재 오닐은 “이번 새 음반에는 난생 처음 들었던 비올라 곡이자, 나를 비올리스트로 이끈 곡을 수록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고 밝혔다. 피아노는 용재 오닐과 함께 앙상블디토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이 참여해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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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때 워싱턴 주 작은 시골마을의 지역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스승이 반복해서들으라며 건네준 레코딩이 월튼의 비올라 곡이었다. 처음엔 이상하게 들렸다. 어둡고 우울하고 부조화음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가 그 안에 엄청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1년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2005년 국내 무대에서 솔로로 데뷔했다. 2007년에는 실내악단 앙상블디토를 조직하고 ‘디토페스티벌’ 음악감독으로 10년째 활약 중이다. 그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오보이스트 함경 등 10대 중반에 축제에 함께한 어린 연주자들이 콩쿠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잘 성장했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면서 “내년이면 디토가 10년을 맞는다. 클래식은 전통에 토대를 둔 예술이지만 신구 세대를 고루 볼 수 있는 무대를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도 앞장서는 그는 “하루가 24시간보다 더 길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곧 마흔이다. 30대 때처럼 자선마라톤을 하기는 힘들지만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세상은 어느 때보다 고통과 비관이 난무한다. 음악을 통해 나누는 것이 내 소명이다.”
용재 오닐은 새해를 전국투어 독주회로 시작한다. 내년 2월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 인천·울산·경기·성남·부산·대구·화성을 오간다. 이번 앨범에 수록한 곡과 함께 바이올리니트 신지아와 피아졸라의 ‘탱고발레’ 등 듀오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연주활동을 다니면서 젊은 연주자로부터 ‘당신의 연주를 듣고 나도 비올리스트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 감정적으로 강력한 힘과 다양한 색채를 지닌 비올라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많은 사람이 같이 듣고 그 여정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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