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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아프다"…2030 月실질주거비 1년새 26.6% 껑충

정다슬 기자I 2016.06.22 06:00:00

월세시대 엇갈린 희비
초저금리에 월세·반전세 전환 도미노
월세 7만8900원…전년보다 10%↑
집주인은 임대소득 11% 늘어 '짭짤'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룸 월세 가격표가 붙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한 대학생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게 없어요.” 주부 이해영(가명·60·여)씨는 통장만 보면 요즘 신바람이 난다. 꼬박꼬박 쌓이는 임대 수입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부산의 모 대학 근처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오피스텔 20실을 임대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두 가구 정도로 작게 시작했지만, 월세를 받아 대출금을 갚고 모은 돈으로 오피스텔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대사업을 확정해왔다. 매월 손에 쥐는 수익은 580만원으로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도 300만원 정도가 남는다.

2.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에 사는 신승현(가명·32)씨는 지난 4월 집주인에게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씨는 월세 대신 보증금을 올려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당초 2억원이었던 전세보증금을 1억 7000만원으로 낮추고 매달 30만원을 월세로 내는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신씨는 “갑자기 지출이 확 늘어난 만큼 식비를 아껴 소비를 줄이고 있다”며 “가장 걱정되는 건 다음 계약 연장 때는 월세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금리 인하로 전세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전세금을 대폭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세입자로서는 주거비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임대·임차가구 소득 격차 갈수록 벌어져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가계의 월평균 임대소득은 지난해 1분기보다 11.4% 늘어난 7만 8000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이 지난해 1분기보다 9만 6000명 줄어들었지만 임대소득이 크게 늘면서 가계의 사업소득 역시 지난해보다 3.35%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실질 주거 부담은 7만 89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3% 늘어났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가구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전세 비중은 72.2%였으나 올해 6월 19일 기준 65.4%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가 넘는 전세에 가까운 임차 형태) 비중은 같은 기간 11.1%에서 16.6%까지 늘어났다.

통계청 표본조사는 임대가구(세를 놓은 집주인)와 임차가구(세입자)간 모두 섞여 있어 임대소득과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늘어난다는 것은 이들간의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수요층 약화 우려…“지원·공급 등 주거 정책 로드맵 마련해야”

ⓒ그래픽 = 이데일리 이동훈
특히 소득은 있지만 자산은 없는 20~30대 청년세대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질주거비는 2014년 17.0%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6.5% 올라 10만원 대를 돌파했다. 20~30대는 의류·신발(-9.3%), 가구·가전제품 등 가사용품 및 가사서비스(-10.7%) 등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항목의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20~30대의 가처분소득(356만 2077원)은 2014년보다 0.3% 줄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청년층의 소득 악화는 부동산시장의 수요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12~2013년 당시 37.3%에 달하던 3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해 4분기 29.0%까지 떨어졌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전세 기간이라는 완충 기간을 두고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와 같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깨진 상황”이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주거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는 주거비를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등 새로운 주거 정책 로드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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