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이름난 대형 건설사 대림산업이 요즘 이상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최초로 올해 주택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6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한꺼번에 분양하겠다고 나섰다. 대림산업은 원래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안에서 “미쳤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둘 다 사내에서조차 반대가 많았던 사업이다. 파격의 중심에는 이 회사 건축사업본부를 이끄는 서홍 주택사업실장(전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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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 건물에서 만난 서 실장은 이렇게 입을 뗐다. 전날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1군)의 청약 접수가 있었다. 2284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 통장만 2325개가 몰렸다. 이 때문에 같은 날 주변에서 분양한 다른 건설사 아파트가 청약자를 뺏기고 미달이 나는 피해를 봤다는 너스레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6725가구를 3개 군에 걸쳐 동시에 분양하기로 해 화제에 오른 단지다. 이 ‘통 큰 분양’이 서 실장 작품이다. 물론 우려도 컸다. 분양 물량이 워낙 많아서다. 대림산업이 시장 호황을 틈타 무리한 ‘밀어내기 분양’을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양이 잘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 단추는 잘 꿰맸다. 가장 먼저 분양한 1군 2284가구의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청약 마감했다. 경쟁률은 1.8대 1이었다. 가구별 최고 경쟁률은 12.6대 1(전용 44㎡B)을 기록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에 대림산업 홍보팀은 안도하고, 다른 건설사 직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입지와 상품성 분석에 바탕을 둔 마케팅 전략 없이 분양하는 게 ‘밀어내기’입니다. 우리는 지금 시점에 이 입지에서 이 정도 가격의 상품이라면 필요한 고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개발의 최초 기획자는 서 실장이 아니다. 그의 선배들이다. 2007년 용인시가 남사면 일대를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그해 대림산업은 개발 파급 효과를 노리고 군인공제회와 이 지역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의 한숲시티 아파트 부지다. 그러나 2010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업 포기로 신도시 개발은 백지화했다. 군인공제회도 2012년 사업을 철회하면서 대림산업이 이를 통째로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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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파트를 2~3차로 나눠서 분양하면 입주 초기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나중에 분양하는 단지는 분양가가 올라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더해 동시 분양을 통해 입주자 2만여 명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생활 편의시설을 조성해 계약자에게 미래 개발 가치라는 프리미엄을 제공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역대 최대급 분양이라는 간판은 청약 분위기를 띄우는 데에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단지 안에 들어서는 대규모 테마파크와 750m 길이의 스트리트몰도 화젯거리가 됐다. 올해 용인 한숲시티를 포함해 전국에 ‘e편한세상’ 아파트 3만 6000여 가구를 쏟아낸 대림산업은 내년에도 2만 5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기본이 혁신이라는 대림의 신조가 바뀐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 중심이라는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이 임대사업 진출과 대규모 동시 분양이라는 혁신을 낳았습니다. 우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서 실장은 이렇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