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1막에서는 테너와 바리톤이 함께 부르는 남자 2중창 ‘성스러운 사원 뒤에서’가 나온다. 한 여자를 두고 사랑싸움을 벌인 두 친구가 깊은 우정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고문의 아리아’로 불린다. 그만큼 가수에게 고난도의 기교와 고음을 요구하는 곡이라서다. 그래서일까. 국내 오페라 무대에선 이번 국립오페라단 공연이 처음이다.
올가을은 오페라가 풍년이다. 국내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초연작은 물론 창작무대까지.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오페라 향연이 펼쳐진다. 농익은 거장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진주조개잡이’(15∼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초연을 시작으로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 기념작 ‘라 트라비아타’(15~1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를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오페라 ‘리타’(11월 10~15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도 관객과 다시 만난다. 세계적인 테너 라몬 바르가스와 메트 오페라의 디바 소프라노 홍혜경의 ‘홍혜경&라몬 바르가스 듀오콘서트’(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있다.
◇고음의 향연…최정상급 무대 귀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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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는 모나코 출신 장 루이 그린다가 연출을 맡고 이탈리아 출신 주세페 핀치가 지휘한다. 그린다 연출은 “‘진주조개잡이’의 강렬한 이야기와 다양한 음악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했다”며 “프랑스식 오페라의 진수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오페라단 관계자는 “그동안 비제의 오페라 하면 ‘카르멘’밖에 없는 줄 아는 국내 관객이 많았다. 이번 무대는 팬들에게 큰 즐거움일 것”이라고 전했다.
고대 아시아의 실론섬(지금의 스리랑카)을 배경으로 무녀 레일라와 진주조개를 잡는 두 어부의 삼각관계와 우정을 다룬다.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지난날 언젠가 같이 어두운 밤에’ 등이 유명하다. 남자 주역 중 한 명인 ‘나디르’ 역의 헤수스 레온은 벨칸토 테너 중에서도 드문 미성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 멕시코 출신의 성악가. 국내 바리톤의 대명사인 공병우가 맡은 ‘주르가’와의 이중창이 관전 포인트다. 공병우는 “프랑스 현지무대에서 11년간 활동했는데 ‘진주조개잡이’를 공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이번 공연에서 알겠더라. 가수는 처음부터 고음을 유지하면서도 파워풀한 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가 올리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최근 4년간 국내서 가장 많이 공연한 작품 중 하나다. 그만큼 친숙하다. ‘라 트라비아타’는 잘 알려진 대로 버림받은 여인 비올레타의 비극을 다룬 오페라다.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가 파티서 만난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지지만 죽음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 죽음을 앞둔 비올레타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부르는 아리아 ‘지난날이여, 안녕’은 행복했던 시절과 사랑에 작별을 고하는 곡. 최근 가장 ‘핫’한 프리마돈나 이리나 룽구가 비올레타 역을 맡아 가을밤을 적실 예정이다.
◇쉽다·재밌다·농익다…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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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에서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20∼30대 젊은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며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단 이틀간 공연했지만 반응이 좋아 올해는 엿새에 걸쳐 9차례 공연한다.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다. ‘리타’ 역은 소프라노 장유리, 배우 이경수와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배우 최재림 등 초연 배우들이 출연한다. 기존 오페라와 뮤지컬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라몬의 노래는 가슴에서 우러나온다.” “홍혜경은 우아하고 섬세하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주역인 테너 라몬 바르가스와 소프라노 홍혜경이 호흡을 맞춘다. 2004년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만난 뒤 11년 만의 재회다. 이들의 ‘듀오콘서트’는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자 바르가스의 첫 내한공연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각자 솔로에 이어 듀엣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나비부인’의 주요 아리아와 구노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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