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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수천개의 다이어트 보조식품 중 뭘 구입할지 고민하게 마련이죠. 홈쇼핑채널을 참고하면 요즘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이 제품이 최근 홈쇼핑서 불티나게 팔리는 보조제죠.” “운동 없이 팥만으로 21일 만에 11kg을 감량한 이를 제작진이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한 케이블 방송에서 이른바 ‘다이어트 신’이라 불리는 여성들이 떼지어 나와 생생한 살빼기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삼시세끼 꼬박 챙겨 먹으면서 살 빼는 비법부터 보조제 선택 요령, 올 상반기 홈쇼핑 4사에서 팔려 나간 보조제 베스트3 등 다이어트에 실패한 이들이라면 혹할 만한 폭풍 수다가 이어졌다.
MBN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선택’은 결정의 갈림길에서 어느 하나를 고르지 못하는 ‘현대판 햄릿’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난 2월 28일 첫 방송 이후 최근까지 총 13회에 걸쳐 뭘 먹을지, 뭘 살지, 뭘 입을지, 뭘 할지 등을 다뤄오고 있다.
‘누가 대신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한마디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은 또 있다. ‘야식 먹을까 말까’ ‘서울 살까 고향 갈까’ 등의 고민을 나누는 토크쇼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JTBC), 문제의 심각성을 방청객 투표로 측정하는 ‘안녕하세요’(KBS 2TV)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가 “이 사람과 헤어져야 할까요”란 지극히 사적인 선택을 불특정다수의 투표로 결정하는 ‘마녀사냥’(JTBC) 같은 프로그램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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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업유형도 등장했다. G마켓이 2013년 4월 업계에 처음으로 선보인 큐레이션 쇼핑사이트가 실례다. 결정을 못하고 갈등하는 소비자를 위해 전문 MD가 좋은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 오픈마켓 업계에 따르면 G마켓의 ‘G9’이나 11번가의 ‘쇼킹딜십일시’ 등 주요 큐레이션 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4배나 급증했다. 11번가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차라리 누군가의 결정을 따르고 싶은 심리를 파고든 것이 적중한 셈”이라며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 MD의 엄선에 따라 오픈마켓에서 팔던 4000만개 이상의 상품을 7000~1만개로 줄여 쇼핑피로도를 낮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결정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까지 들어왔다. 앱 검색창에 ‘결정장애’를 입력하면 ‘뭐 무꼬?’ ‘폴릭’ ‘결정의 신’ 같은 앱들이 줄줄이 뜬다. 이들 앱은 주로 두 가지 상품을 비교해놓고 회원투표를 통해 결정을 돕는다. 책 선택을 돕는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북플’이나 시청자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올레 TV의 ‘감성 큐레이션’도 진화하는 결정장애 서비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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