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최악의 손실..`어찌하오리까?

김유정 기자I 2009.02.10 08:09:05

1년손실 최대 80%..동유럽·브릭스에도 영향
"러시아·동유럽펀드 교체 고려..브릭스는 보유할만"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러시아 경제가 1998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있다.

작년초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과 함께 펀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러시아에 대한 기대감은 브릭스와 브러시아, 동유럽펀드 설정액 급증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통화 폭락과 함께 최악의 경제 상황을 받으면 최근의 글로벌 증시 반등에서도 소외됐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펀드 투자 전략을 세우라고 권고한다.

러시아와 동유럽펀드 비중을 줄이고, 브릭스펀드 투자에서도 러시아 비중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라 상승탄력이 있는 유망지역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고려하라고 제안했다.

◇ 루블화 가치 11년래 최저치

루블화 가치는 11년만의 최저치 수준까지 폭락했다. 지난 3일 기준 달러-루블 환율은 36.24루블까지 치솟았고, 유로-루블 환율도 46.6루블까지 올랐다.

▲ 루블화 환율추이
자료:Reuters
출처:삼성증권
러시아는 달러와 유로화로 구성된 바스켓 외화를 기준으로 루블화의 환율 일일변동폭을 제한하고 있지만 최근 달러 및 유로에 연동된 루블화 환율이 변동 제한폭을 벗어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했고, 최근 두달간 16번째 환율 변동폭 확대 조치를 취했다.

이와함께 러시아 주식시장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2개월간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소 반등했음에도 러시아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불안과 유동성 악화, 기업파산위험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루블화 폭락의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인한 루블화 수요 감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이탈이 계속되고 있고, 헤어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자들이 루블화 하락에 베팅하면서 루블화 폭락을 기회로 삼고있다.

◇ 전망 어두워..`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

향후 러시아 환율과 증시는 얼마나 더 악화될까?

여건은 그리 좋지 못하다. 러시아의 총 대외채무는 1998년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는 있지만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여전히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서고 있고, 작년 3분기까지 276억달러 흑자를 보인 경상수지도 유가 하락이 이어지며 더 이상 흑자추이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수지는 이미 지난 3분기말 적자를 나타냈다.

러시아 파산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제기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 파산위험의 가장 큰 지표로 활용되는 외환보유고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5636억달러에서 1월23일 현재 3865억달러까지 급감했다.

과거의 경우를 돌아보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1992년 영국, 1994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때도 각국 정부들은 환율방어에 애쓰다 결국 손을 들었고, 러시아도 이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있다.

유가역시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러시아는 통화 변동밴드를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러시아펀드 손실 80%..브릭스·동유럽펀드도 부진

원자재가격 강세와 함께 원자재 보유 비중이 큰 러시아가 최대수혜국으로 주목받으며 러시아투자펀드 설정액이 2007년말 3500억원 수준에서 작년 6월까지 8200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브릭스와 브러시아, 동유럽펀드등도 동시에 설정액 증가세를 나타냈다.

작년 상반기까지 러시아펀드의 유형평균 수익률은 3%대를 보이며 같은 기간 중국(-27.2%), 미국(-13.2%), 일본(-9.9%) 등에 비해 선전했다. 하지만 유가 급락과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파산 등이 나타나며 러시아펀드의 성과는 급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아 그루지야와 전쟁, 외국인 자본이탈 증가, 루블화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외환보유고 탕진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 등이 더해지며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RTS지수는 작년 5월 2500선에서 지난 5일 기준 513포인트로 80% 가까이 빠졌다.

러시아펀드도 글로벌 지역펀드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러시아펀드의 동일유형 평균수익률은 1년 기준 -78.1%에 머무르고 있고, 일부 러시아펀드의 기준가는 100원대로 추락했다.

개별펀드 중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 러시아주식`의 1년 수익률은 -84.7%로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미래에셋 러시아업종대표주식`과 `우리CS 러시아익스플로러주식` 등도 7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아래표 참조)

이는 비단 러시아펀드만의 현상이 아니다. 동유럽펀드는 대부분 러시아 비중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고, 지금은 러시아 비중을 줄였지만 브리스펀드도 15% 이상 러시아를 담고있었다. 동유럽펀드의 경우 러시아의 주변국인 터키, 폴란드, 체코, 헝가리, 카자흐스탄 등 `프런티어` 국가들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5일 기준 `미래에셋맵스 MSCI 이머징유럽인덱스주식`과 `우리CS Eastern Europe주식`, `신한BNP 봉쥬르동유럽` 등은 1년 수익률 기준 -70%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
▲ 주요 러시아펀드
참고:2009년 2월5일 기준
자료:한국펀드평가
출처:삼성증권

◇ "러시아·동유럽펀드 교체 고려..브릭스는 보유"

그렇다면 러시아펀드 투자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직면한 문제들이 단기간에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는 점과 불안한 경기상황이 진행상태에 있다는 사실로 볼 때 러시아펀드의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채수호 삼성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따라서 러시아펀드 및 동유럽펀드에 대해서는 비중축소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개선에 따라 상승탄력이 있는 유망지역으로의 교체투자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다만, 브릭스펀드의 경우는 펀드내에 서 러시아의 비중이 10%대 초반으로 낮춰져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에도 펀드의 성과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브라질이 장기적인 성장성과 양호한 펀더멘탈로 인해 수익률 개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유관점을 유지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및 동유럽펀드의 대안투자전략으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이머징시장내에서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여주는 중국 및 브라질펀드로 교체 투자하는 방법과 올 연말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가 만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세금이슈를 감안한 국내펀드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는 "펀드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가져온 러시아시장의 추락은 이머징시장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낸 경우이며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계기를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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